신한국당과 민주당은 이번주중 이회창 조순총재의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양당의 당 대 당 통합원칙과 합당 절차 등에 대해 그간의 합의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이총재측은 이날 회견을 계기로 양당합당 수순을 조기 가시화, 당내
비주류의 이회창 흔들기 를 잠재우면서 지지율 3위 탈출을 위한 레이스에
불을 댕길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그러나 신한국당내 민주계등이 이총재의 후보사퇴를 전제로한
반DJP 총연대 를 추진하고 있고 민주당에서도 이부영 부총재 등 비주류측이
당내 공론화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 합당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양당의 합당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양당 총재의 공동회견이 무산될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통합과정에서의 지분문제와 지도체제 문제는 자칫 양당 통합의 결정적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합당 지분과 관련,민주당측은 40%선의 지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현재의 당세로 볼 때 신한국당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다.

신한국당측은 통합의 장애가 될 지분문제는 대선이 끝난뒤에 협의해도 늦지
않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으로 예상되나 그럴 경우 양당 통합이
이회창-조순 총재간의 후보연대 수준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통합 신당의 지도체제와 관련, 조총재가 총재직을 맡을 경우 당대표는
누구로 할 것이냐와 핵심당직을 어떻게 배분하느냐 문제를 놓고 양측의
이해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신한국당내에서 이총재를 지원하고 있는 이한동대표는 통합신당의
대표직을 계속 맡든 뺏기든 간에 상당히 미묘한 입장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압도적 다수인 신한국당측이 민주당을 끌어들이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당직배분에서의 양보 를 당내 민정계등이 쉽게 받아들이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도체제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못한 상태에서
합당이 이뤄지고 조총재 체제가 출범했을때 인사권을 쥔 조총재를 견제할
수단이 없어 신한국당 출신들이 대거 당직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정계 일각에서는 이후보와 조총재가 통합신당의 5,6공 이미지를 퇴색
시키기 위해 민정계를 배제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현 지도체제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력을 시험받지 못한 조총재 중심의 지도체제가 출범할 경우 당내 분란은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신한국당 비주류측의 "반 이회창" 움직임이 전례없이 강경해지고 있는 것도
변수다.

특히 경북지역 필승결의대회에서 김대통령의 마스코트를 일부 당원들이
몽둥이로 내려친 사건을 기화로 민주계 일부 인사들이 이총재의 사과와
관계자의 문책을 요구하는 사태로 비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박관용 서청원 박종웅 김무성의원 등은 8일 고위대책회의장을 박차고
들어가 김태호 사무총장에게 김대통령에 대한 "패륜적"인 행위가 발생한데
대해 울분을 토로한뒤 이총재실을 찾았다.

이들은 선대위원장들을 비롯한 고위당직자들의 당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사실상 당지도부에 대해 도덕적 "불신임"을 표면화했다.

민주당 비주류측의 움직임도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 시너지 효과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말은 당 대 당 합당이라지만 이부영부총재등이 합당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
행보를 취할 전망이어서 합당의 효과가 반감됨은 물론 이들 비주류가 당내
에서 합당에 제동을 걸 경우 영입파인 조총재가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당내 일부 반발에도 불구, 양당의 총재가 합당을 선언한 만큼
신한국당과 민주당은 합당지분이나 지도체제 문제는 뒤로 미루더라도 일단
후보간 지지차원을 넘어선 연대의 형태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같은 연대가 순조로운 합당으로 매듭지어지고 일사분란한 대선기구
의 구성으로 이어져 김대중-이인제-이회창 순으로 고착화되어 가고 있는
대선구도에 변수로 등장할지는 좀더 지켜 봐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