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교원의 권익옹호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 정부수립보다 7개월 빠른 47년 11월23일 1백여명의 교육계
중진이 뜻을 모아 창립한 교총은 현재 전체 교원 40만명중 65%인 27만명의
회원과 1만2천여 학교분회, 1백79개 시.군.구 교원연합회, 16개 시.도교원
단체연합회, 21개 교과별.직능별 산하단체를 둔 우리나라 최대의 전문직
단체로 성장했다.

과거가 안보제일주의, 경제개발제일주의 시대였다면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있어서는 교육제일주의가 아니면 세계 중심국가로 발전할 수 없다는
데 교총회원들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래서 김민하회장은 지난달 24일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전국교육자대회에서
대선후보들로부터 "교육대국 건설에 앞장서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확약까지
받았다.

김회장을 만나 교원지위향상과 현안교육과제등 전반적인 교원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교총 50년의 역사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국교총은 질곡과 굴절의 역경속에서도 교원과 동고동락하면서 교육
발전과 교원의 사회.경제적 지위향상에 큰 발자취를 남긴 우리 교육의 산
역사입니다.

일제시대때 교육자들은 숨어서 한글을 가르치고 민족의식을 고취하며
독립운동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해방후에는 안보의식을 고취하고 산업화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으며
민주화를 도모해 문민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하지만 정치의 후진성과 경제 파행, 지역-계층간 갈등, 분단의 고착,
사회부조리 등이 아직도 상존하고 있는데는 이 나라 교육자의 책임이 큽니다"

-지난달 24일 1만3천여명의 교육계 대표들이 모여 개최한 "전국교육자대회"
는 성과가 있었는지요.

"이번 교육자대회는 21세기 교육대국의 실현을 촉구하는 자리였습니다.

대선후보 등 정치지도자들에게 교육자들의 바람과 의지를 강력히
표현했습니다.

또 대선후보들의 교육철학과 비전을 평가하는 중요한 장이었습니다.

이날 대선후보들은 당선후 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하기로 약속을 했으며
교육재정 GNP 6% 투자도 공약했습니다"

-교육재정 GNP 6% 확보와 우수교원확보법을 주장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 GNP 5%규모로는 미래의 대비는 물론 산적한 당면 교육문제 해결에
역부족입니다.

게다가 현 5%의 의미는 타부처의 교육비까지 포함한 것입니다.

교육개혁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 교육재정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합니다.

OECD가입국의 평균도 6%선을 넘고 있습니다.

우수교원확보법은 교원들에게 최고대우를 해주자는 것입니다.

우수인력이 교원으로 와야만 교육의 질도 높아지고 국가의 질도
향상됩니다.

또 사교육비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75년 우수인재확보법을 시행해 사범대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교권옹호와 복지증진을 위해 하시는 일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교총은 교원의 사회-경제적 지위향상을 위해 수당인상, 주택자금 지원,
회원자녀 장학금 지급, 출산연가 실시, 탁아소 설치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교사들의 연구실을 확보하고 수업자율권 보장에 앞장서며 법정소송
비용을 지원키 위해 5억원의 교권옹호기금을 조성하고 교육주간을 설정해
스승우대 풍토를 조성하는데 주력합니다.

이를 교육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해 교육정책연구소를 두고 정부 국회와
교섭협의를 하고 있으며 사회에 교권존중 여건을 조성하는데 애쓰고
있습니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과제는 무엇입니까.

"공교육를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교를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학교에서 공부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이는 다름아닌 교원들의 처우개선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우수인재들이 교원으로 확보돼야 과외가 사라지고 사교육비도 경감될 수
있습니다.

또 낙후된 시설을 첨단화 선진화 정보화해야 합니다.

교원이나 학생이 모두 신바람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교원들의 잔무를 없애고 보수도 대폭 올려 사기를 진작시켜줘야 공교육이
살아납니다"

-교총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원 10명중 8명이 "교육적 체벌이 필요하다"
고 답하고 있습니다.

체벌에 대한 회장님의 견해는.

"사랑의 매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사랑의 매라도 물리적인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설득과 호소로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만 참다운 교육입니다.

꾸중이나 체벌보다 칭찬을 해주면 더 말을 잘듣고 교육적 효과도 높습니다.

다만 한 반에 40~50명씩 되는 학생을 지도하다보니 교사들이 애를 먹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학생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기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격적인
체벌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교육개혁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상당부분은 긍정적으로 봅니다.

교육의 다양화 특성화 자율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열린 교육, 평생
교육, 정보화, 시설투자 등으로 교육의 질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은 백년대계를 내다봐야 하는데 너무 조급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장관의 임기에 맞춰 졸속으로 시행돼서는 안됩니다.

자율을 인정하면서도 평가척도를 획일화해 또 다른 통제와 간섭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경쟁도 너무 지나쳐 교육의 기본정신인 상호협력에 소홀하고 경쟁에 이긴
자에게만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해줌으로써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또 교육개혁에 일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의 입안 집행 평가에 반영돼야만 현장에 뿌리가 내릴
수 있습니다.

교육개혁이 일선교사들에게 잔무부담만 줘 본연의 임무인 수업연구에
지장을 초래해서도 안됩니다"

-전교조에 대한 교총의 입장은.

"세계적인 흐름이 교원단체의 복수화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순수한 교육단체의 복수화를 교총도 막을 명분은 없습니다.

그러나 전문직 단체가 아닌 노동자의 단결권 교섭권 행동권을 인정하는
노동조합적인 교원단체는 아직 시기상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순수한 복수단체 설립도 정부교섭력 약화, 교원 분열 등의 문제점이
많습니다.

국민정서와 고유의 미풍양속 등을 깊이 의식하고 심사숙고해서 점진적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바람직한 교원상은 어떠해야 합니까.

"교원은 민족의 양심이요, 민족의 심장이요, 민족의 스승입니다.

스승은 민족의 장래를 이끌어갈 민족의 지도자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합니다.

현실을 넘어서면서도 이상주의가 아닌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 때로는 치외법권적인 가르침을 줘 제자들이
자유로운 사고를 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앞으로는 민족통일의식을 고취시키는 교육을 펴 통일조국의 선구자가 돼야
합니다"

김회장은 경북 상주출신으로 중앙대(정치외교학 박사)를 졸업, 67년부터
30년간 모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선거로 선출하는 중앙대 총장, 한국 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한국대학
교육협의회 회장 등 주요직을 역임한데 이어 지난 4월 28대 교총회장으로
피선돼 선거직 4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유일한 인물이다.

[ 만난사람 = 한은구 사회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