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년 남짓 후면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전면 개방될 예정이다.

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우리 금융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금융개혁을
빠른 시일내에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금융개혁의 당위성과 조기 추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더욱이 최근에는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면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 금융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금융개혁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당면한 금융불안은 대기업에 분별없이 거액의 여신을 제공한 금융기관에
상당한 책임이 있으며 그 이면에는 지난 수십년간 정부의 지시와 간여로
인해 초래된 금융의 낙후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지난 8월 마련한 이른바 "금융
개혁법안"을 국회가 연내에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최근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주장에 대해 상당수의 국회의원은 물론 학계 금융계
사회단체 등에서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속한 금융개혁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금융개혁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정부의 금융개혁법안이 우리 금융의 선진화를 위해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자는 것이라기보다는 현재의 금융불안과 금융부문의
낙후를 가져온 정부의 금융에 대한 지시 및 간여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정부의 금융개혁법안은 13개에 달하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독립성을 어느정도 보장하되 은행감독원을 중앙은행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과 은행.증권.보험감독원을 통합하여
정부기구화하는 내용의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 핵심이고,
나머지는 감독체계 개편에 따른 외형적 포장에 불과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금융개혁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논란이 있는 부분을 간과한채 중앙
은행 및 감독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법률을 끼워넣기식으로 국회에서
통과시켜버린다면 개혁의 본래취지와는 달리 정부에 의한 금융지배가 더욱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감독기구를 통합하여 정부기구화할 경우 금융정보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보다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영국과 같이 통합된 감독기구를 민간기구화
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정부가 감독위원회 설치 등을 통해 이 기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그 결과는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금융개혁은 무엇보다도 우리 금융을 낙후시킨 주 원인인 정부의 규제와
간여를 최소화함으로써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속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건전성규제 등을 제외한 모든 규제를 완화 철폐하는 한편 그 동안 규제와
간여로 인해 초래된 부실채권, 책임도 권한도 따르지 않는 경영체제 등 우리
금융의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하고 진입 및 퇴출에 대한 장벽 완화, 금융개방
확대 등을 통해 금융산업의 구조개편을 촉진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제도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즉 그동안 정부의 주요 금융간여 창구로 활용되어온 중앙은행과 금융감독
기관에 대한 정부지배구조를 철폐하여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자유화 개방화 추세와 함께 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금융
위기를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수습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을 일상적으로
접하고 최종 대부자로서 발권력을 지니고 있는 중앙은행에 은행감독기능을
계속 보장해주어야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금융개혁은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금융불안과
낙후성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잘 살펴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지 시급하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흥정의 산물로
처리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