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의 위기관리능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받고 있다.

정부는 동남아와는 달리 우리경제는 기초체력이 튼튼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일부 외국언론의 비관적인 보도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어제 원화환율이 현찰매도 기준으로 달러당 1천원을 넘는 등 별로 효과가
없으며 국내 금융시장은 막상 금융위기가 눈앞에 닥치자 어찌할줄 몰라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우리는 지금의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정책당국이 특히 다음 몇가지
사항에 대해 유의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로 외환시장안정을 위한 관계당국의 시장개입이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하루평균 환율변동폭을 확대함으로써 자율적인 시장조절기능이 발휘될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외환시장이 과민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는 당국이 지켜지지 못할
"안정선"을 내세우고 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정책의 신뢰성만
떨어뜨릴뿐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분간 원화환율 상승이 예상되는 마당에 달러를 풀어 환투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억지로 원화환율을 안정시키려고 하다가 실패하는 날에는 그 후유증이
훨씬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시장개입을 하더라도 외환시장의 과민반응을 냉각시키는 정도로
그쳐야 할 것이다.

둘째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정리를 서둘러야 하며, 특히 단기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인 부실 종합금융사에 대한 실질적인 처리를 단행해야 한다.

재경원은 부실채권 정리기금을 5조원 이상으로 늘리고 한은이 종금사의
외화자산을 매입해 외화자금난을 덜어주는 한편 금융개혁법안의 국회처리
결과를 본뒤 부실종금사를 처리한다는 방침이나 효과와 시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선 금융기관의 경영.회계처리가 불투명하다는 외국인 투자자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부실채권의 분류기준을 서구기준으로 변경하는 등
금융기관 경영이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또한 이미 올해 3월부터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 시행중이며
부실 종금사에 한은특융을 줄때 경영권 포기각서를 받아둔 만큼 금융개혁법안
의 국회통과와 관계없이 재경원직권으로 부실 종금사들의 통폐합 또는 제3자
인수 등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할 때가 됐다고 본다.

물론 이같은 조치에 따른 진통이 작지 않을 것이며 자칫 단기금융시장의
경색을 불러올 수도 있는 만큼 재경원의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일단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한 뒤에는 원화
자금이나 외화자금을 막론하고 지나치게 단기부채에 의존하는 기업의 재무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과잉설비및 자산가치의 조정 등을 통해 거품을 빼고
경제안정을 꾀해야 하겠지만 우선 당장은 금융불안이 심화돼 실물경제에 큰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과감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