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위기에 몰리지도 않은 비교적 괜찮은 기업이 30%의 임원을 퇴진시킨
것은 드문 일이다.

현대자동차가 10일 발표한 조직개편과 임원감축은 그래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다.

이번 조직개편은 두가지 의미를 담고있다.

첫째 현대자동차가 뼈를 깎는자구노력없이는 세계 일류자동차기업으로
도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세계자동차산업은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1인당 생산성은 세계유수기업의 약 70%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적자를 감수해야 할만큼 내수도 부진하다.

무이자할부판매등으로 제살깎아먹기경쟁을 한 결과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시장개방확대와 삼성자동차의 신규진입등으로 경쟁은 더치열해질게
뻔하다.

업무효율을 높이는 조직의 슬림화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는 때마침 경기불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임원을 퇴진시킬수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판단, 대수술을 단행한 것이다.

임원들이 30%퇴진한뒤 단계적으로 일반직원들의 감축이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현대자동차직원은 4만5천명.오는 2000년까지 5천명정도 줄인다는
구상이다.

신규채용을최소화와 인원재배치등으로 인원을 줄일 방침이다.

둘째는 임원감축이 정례인사보다 앞당겨 단행됐다는 점에서 재계에
임원감축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부도위기를 맞고있는 기업은 물론 정상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기업들도
경기불황으로 경쟁력강화가 시급하다.

조직의 경량화없이는 극심한 자금난과 판매부진을 극복하기 어려운상황
이다.

사람줄이는게 절실하다.

기업임원들은 벌써부터 떨고있다.

삼성 대우 LG등도 비슷한 처지다.

현대자동차가 그 깃발을 올린 셈이다.

임원들에겐 추운 겨울이 벌써 시작됐다.

< 고광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