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는 해마다 세가지 철새가 찾아 온다.

가을에 북녘에서 남하하여 월동하는 겨울새, 이른 봄 남녘에서 날아와
번식한 뒤 가을철에 월동을 위해 다시 남녘으로 이동하는 여름새,
북녘에서 번식한 뒤 가을에 한반도를 통과하여 남녘에서 월동하고 봄에
다시 한반도를 통과하여 북녘으로 돌아가는 나그네새가 있다.

한반도의 철새는 겨울새 1백15종, 여름새 64종, 나그네새 90종 등 모두
2백69종이나 된다.

겨울새로는 오리 기러기 독수리 콩새 칡부엉이 두루미, 여름새로는
뻐꾸기 두견이 꾀꼬리 백로 뜸부기 제비 파랑새 물총새, 나그네새로는
도요 물떼새 꼬까참새 흰배멧새 제비갈매기 등을 본보기로 들수 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낙동강 하구의 부산 을숙도는 한반도 최대,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였었다.

1백38종의 갖가지 철새들이 찾아들었던 곳이다.

그러나 강 유역과 섬 인근에 들어선 공단에서 폐수가 흘러들고 하구둑의
완공으로 섬 일부가 물에 잠긴데 이어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서면서 철새가
서식할 환경을 망쳐버렸다.

이제 "최대 도래지"의 명성은 찾아볼수 없게 되었다.

환경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역
조사에서도 을숙도의 조락을 확인하게 된다.

충남 서산의 천수만에서 1백11종 2백14만여마리의 철새가 발견되어 국내
최대 겨울새 월동지역임이 밝혀진 것이다.

반면에 을숙도에서는 79종 26만여마리의 겨울새가 관측되었을 뿐이다.

천수만은 태안반도의 남단에서 남쪽으로 뻗은 안면도와 홍성군 보령군의
서안 사이에 있는 만이다.

만 입구의 너비는 2km, 만의 길이는 약 40km로 전형적인 익곡만이다.

수심이 10m 이내로 얕고 조석간만의 차가 약 6m나 되어 저조시에는 만의
대부분이 육지화하여 넓은 간석지를 이룬다.

천수만은 본래 연안어업과 수산양식장으로 이용되었으나 79년부터
농경지와 담수호 조성을 위한 간척사업이 진행되어 왔다.

바다의 경제적 이용을 위한 간척사업도 중요한 일이겠으나 이곳을 최대
철새도래지로 보호 관리하여 을숙도의 전철을 밟게 하지 않는 것 또한
급선무의 하나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