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가치와 주식시장이 동시에 폭락할 때 정책당국은 어느쪽에 무게를
두고 대처해야 하나".

각국마다 사정이 달라 정답이라고 할게 없지만 최근 대만당국은 통화가치
하락을 용인하면서 주가떠받치기에 나섰다.

주변경쟁국의 통화가 일제히 떨어졌기 때문에 자국통화가 약간 절하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하다.

반면 이달 말의 총선을 감안, 주가하락은 막아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과,
주식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자산디플레효과(자산평가액의 하락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현상)로 인해 내수시장이 사그라질 것이란 우려에 따른 것이다.

10일 홍콩 등 아시아의 금융분석가들은 대만정부가 엔화(일본) 원화(한국)
등 경쟁국통화가치의 하락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지난달 말부터 대만달러
(NTD)의 하락을 용인하는 정책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난주말 대만통화는 달러당 30.75NTD로 외환거래를 마쳤다.

금주 들어서는 31NTD대까지 떨어지는 등 속락세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통화가치 폭락으로 수출부진이 나타나기 시작한 8월말 달러당
27NTD대에서 미끄러진 것이다.

분석가들은 특히 최근 일본 엔화는 물론 수출의존적인 경제구조라는 점에서
유사한 한국 원화가치의 폭락이 대만당국으로 하여금 통화가치하락을
받아들이는 정책전환을 불러왔다고 풀이했다.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비슷한 수준의 평가
절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반해 대만정부는 지난주말 현재 7천6백70.76포인트(타이베이
증권거래소 가권지수)로 연중최고치 대비 30%정도 떨어진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부양의지를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부양책에도 불구, 대만주식시장이 아직까지 크게
회복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대만당국은 주가살리기는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침체가 총선에서 집권당의
득표전략에 차질을 준다는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나 장기적이고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최근 회복기조에 있던 내수경기가
자산디플레효과로 침체될 경우 수출이 어려워진 상황에 엎친데 덮친 격이
돼 경제성장을 방해할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의 대만 자동차판매대수는 전년동기대비
1% 감소에 그쳤지만 지난달에는 전년동월보다 10%는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