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이 폭등세를 보여 현찰을 살 때 적용하는 환율이 사상처음으로
달러당 1천원선을 넘어섰다.

재정경제원 등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의 적정선을 두고 논란을 벌였으나
일단은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본다는 자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져 달러가치의
추가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사실상 달러당 1천원 시대가 열렸으며 기업과 가계등 경제주체
들은 고환율에 걸맞게 경제활동을 재설계해야 하게 됐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매매기준율보다
5원60전이나 높은 9백85원으로 출발, 단숨에 9백99원까지 치솟으며 1천원
대를 위협했다.

외환당국은 9백99원대에서 달러화를 매도하며 시장개입에 나섰으나 급등세
진정에는 실패, 환율은 결국 9백99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따라 11일 적용되는 매매기준율은 외환시장 개설이래 처음으로 9백90원
대를 넘어선 9백97원80전으로 고시된다.

이날 원화값이 폭락세를 면치 못한 데에는 <>엔.달러환율을 1백24엔대로
올려 놓은 달러화 강세 <>외화자금난 등으로 여전히 안좋은 달러화 수급여건
<>해외언론보도에서 비롯된 환율불안 심리 <>동남아국가 통화가치 추가하락
등이 복합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초여서 달러화 결제수요가 몰린데다 정부가 준비중인 외환시장
안정대책에 별다른 조치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진 점도 시장내 불안
심리를 부추겼다.

외환은행은 이날 오전 환율 급등세를 반영, 매매기준율을 9백99원으로
바꿔 현찰매도율을 1천13원98전으로 재고시함에 따라 환율은 사실상 1천원
시대에 들어섰다.

한편 재정경제원 한국은행등 외환당국은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일본 엔화의 최근 움직임 등에 비춰 자연스러운 현상인 만큼 굳이 특정 환율
방어선을 설정해 시장에 개입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재경원 관계자는 "환율상승이 부정적 요인뿐 아니라 긍정적 요인도 있다"
며 "외환관리체제를 과거처럼 행정 통제하에 두는 것은 불가능하며 바람직
하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