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이 97년 "세계 명작의 무대"로 괴테의 대표작 "파우스트"를
17~24일 국립극장대극장에 올린다.

이윤택 연출, 안애순 안무.

이번 무대는 무엇보다 예술원회원인 장민호(73)씨의 연극생활 50주년
기념공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장씨는 45년 조선배우학교에 입학, 배우의 길로 들어선 뒤 69년과 79년
두번 국립극단장을 맡아 12년동안 국립극단을 이끌었다.

"햄릿" "성웅 이순신" "북벌" "대수양" 등 1백70여편에 출연했다.

장씨는 50년의 연기인생중 "파우스트"만 3번 공연해 연극계에서
"파우스트 장"으로 불린다.

74년 이해랑씨 연출로 국내 초연됐을 때 처음 파우스트 역을 맡은 것이
계기.

""파우스트"를 처음 접했을 때 이런게 진짜연극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안엔 인간이 가질수 있는 욕망과 갈등이 압축돼 있거든요.

"파우스트"는 나름대로의 연극관을 갖고 연기를 계속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파우스트"는 최고의 지성인 파우스트박사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
영혼을 팔아 현세의 영욕을 맛보는게 기본 줄거리.

고희를 넘긴 장씨는 "파우스트"를 사회적 억압과 굴레로부터 벗어나려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절묘하게 그려진 작품으로 평가한다.

"인간은 누구나 현실세계의 제약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우스트"엔 현실의 틀을 훌훌 벗어나려는 열망이 펼쳐져 있습니다.

노인이 회춘해서 젊은여인과 연애하는 대목은 대표적인 예라고 할수
있습니다.

장씨의 4번째 "파우스트"인 이번 무대는 고전의 틀은 유지하되 90년대
한국인의 고뇌를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명퇴시대 소시민의 고민, 계층 및 세대간의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표현된다.

이에맞게 무대도 한국적이면서 다소 감각적으로 채색된다.

근대 유럽인 복장대신 한국인의 복장, 유럽의 부적대신 한국의 부적,
한국어의 진솔한 표현 등이 사용된다.

또 대사외에 무용과 노래를 가미해 보는 재미를 더할 전망이다.

연출가 이윤택씨는 "역사가 현재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듯 연극도
해석하기 나름"이라며 "이번 "파우스트"는 90년대 한국인이 바라보는
인간사"라고 설명했다.

메피스토펠레스역은 신구, 그레첸은 방주란, 젊은 파우스트는 이상직,
마르타는 이승옥씨가 맡는다.

평일 오후 7시, 토.일 오후 4시.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