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7일 이틀간 부산 태화백화점에서 열린 부산중소기업채용박람회.

부산.경남지역 중소기업과 대학생들간 만남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 행사에는 뜻밖에도 서울출신 대학생들의 지원이 적지 않았다.

행사를 준비했던 중소기업진흥공단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수만명의 취업희망자들이 취업박람회와 같은 행사장을 찾지만
실제로 취업에 성공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한마디로 구인자와 구직자 사이에 요구조건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인자와 구직자간 요구조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죠.

대개 취업희망자들은 비교적 힘이 덜 드는 관리.사무직을 선호하지만
중소기업에 그런 자리가 많지 않다.

비록 힘이 드는 자리라도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수 있는 사람을 기업은
원하는데 서로 연결시키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인력정보센터 이종길 대리)

지난달 이 인력정보센터에 사람을 구한다는 신청서를 낸 중소기업체수는
대략 5천여개.

이에 비해 일자리를 구하는 구직자수는 2천5백여명이었다.

산술적으로는 모두 취업이 되는 게 맞지만 실제 취업자수는 구직자의
10%선인 2백~3백명에 지나지 않았다.

오랜 경기침체로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어디 한자리 없을까"하는 마음으로
중소기업이나 지방소재 기업들에도 문을 두드려 보지만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사업장당 생산.기술직 인력수가 일본보다
많다는 판단아래 차츰 직원채용을 줄이려는 노력들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도
변화된 흐름이다.

시스템 엔지니어링업체인 신한산전의 조인택 사장은 "요즘에는 정규직원
한사람 채용하기보다 자동화 등 시설투자쪽으로 경영의 무게중심 두는 기업이
많아졌다.

자본재의 경우 정부에서 자금지원도 받을수 있고 조직관리비용도 절감할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소기업 입장에선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인력은 4년제 정규대학
과정을 이수한 사람이 아니라 해당분야의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숙련공인만큼
사람 구하기가 쉽지도 않다"

이와 함께 조사장은 "단순일반직의 경우 대부분 촉탁사원이나 파트타임
직원으로 대체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인력난도 차츰 옛날이야기가 돼가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이제부터라도 정부차원에서 산업인력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공.자연계 학생의 경우 그래도 자기가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취직은
할수 있다.

그러나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경우 현행 교육체계속에서는 미래의 대량
실업자가 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기업체 사장의 이 말은 새겨들을 대목이다.

< 김재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