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돌이켜 보면 외세의 침략이나 정복으로 나라가 망하는 경우
그 유적이 폐허에 묻히거나 실전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유명한 사원의 하나인 앙코르 와트도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앙코르 와트는 크메르제국때 가장 번영을 누린 12세기의 황제 자야바르만
2세에 의해 건조되었다.

동서 1.5km, 남북 1.3km의 직사각형으로 웅장한 규모인 이 사원에는 연못
서고 회랑 노대 사당 계단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중앙의 성벽뒤의 가장 낮은 회랑에는 전설과 힌두교 성전이야기를 부조한
상들이 있다.

그 위에 피라미드 사원이 3단계로 치솟고 중앙에 다섯개의 높은 탑이
세워져 있다.

이 사원에서 1.6km 떨어진 수도 앙코르 톰이 외적의 잇단 침공과 점령으로
파괴되자 1434년 프놈펜 가까이로 수도를 옮긴뒤 앙코르 와트는 정글에
깊숙이 묻혀버렸다.

앙코르 와트는 1861년 프랑스 박물학자 앙리 무오가 이곳에서 표본채집을
하던 중에 숲위로 솟아 있는 세개의 석탑을 우연히 발견함으로써 그 전모를
드러내게 되었다.

그 사원이 다시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지 2백여년동안에 풍화 전화 약탈
등으로 수많은 유적이 훼손되거나 외국으로 밀반출되는 수난을 겪었다.

내전으로 1972년부터 폐쇄되었다가 최근에 제한적 관람이 허용되고 있으나
그 훼손의 도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유네스코가 그 복원에 나섰을 정도가 된 것이다.

백제 제25대 무령왕(재위 501~523)의 능 또한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패망한 뒤 실전되었다가 1971년 고분발굴작업으로 그 존재가 확인되었다.

백제 유물이 극히 희소한 마당에 도굴되거나 훼손되지 않은채로, 백제 고분
으로서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풍부하고 화려한 유물이 출토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었다.

무령왕릉은 발굴 이후 누수와 결로가 계속되고 천장의 전돌 일부가 내려앉는
등 심각한 훼손위기에 처해 있다는 저간의 당국 발표가 충격을 준바 있었다.

당국은 드디어 능을 폐쇄하여 공개를 중단하고 보수에 들어간다고 한다.

모쪼록 완벽한 복원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