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상산업의 실질적인 육성을 위해선 공중파방송사들이 독립제작사와
맺는 외주계약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TV프로그램 제작사협회(이사장 민용기)가 창립1주년을 맞아 11일 서울
63빌딩에서 개최한 "방송프로그램 저작권의 현재와 미래"세미나에서 장한성
협회고문은 "우리나라 방송사와 독립제작사간의 외주관계는 선진국에서처럼
대등한 프로그램 매매, 공급관계가 아니라 하청에 의한 상하 용역관계라는
사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TV프로그램 저작권과 한국영상산업의 진로"라는 주제발표에서 "국내
제작사들은 프로그램을 사전제작후 판매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추고 있지
않아 저작권을 방송사에 내주는 계약을 맺게 된다"며 "이에 따라 납품한
프로그램의 2차 저작권까지 방송사가 소유, 제작사는 제작후 남은 영상자료
를 사장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장고문은 "가능한한 2차 저작물에 대해서는 제작사가 필요한 경우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조건을 완화하고 해외판매의 경우도 적정한 저작권료
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독립제작사들에게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
했다.

그는 또 "방송사 계열사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외주"에서 제외해야
하며 외주비율을 높여나가는 법적, 제도적조치외에 외국에서처럼 각종
재정적, 실리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외주프로그램의 다양화, 시설 인력보강 등 독립제작사들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정형기 KBS편성제작주간은 "외주비율강화 등 정부의
방송사에 대한 규제강화를 통해 보호막을 얻으려는 것은 독립제작사 발전에도
도움이 안된다"며 "방송사간 시청률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좋은 프로그램만
제작한다면 얼마든지 앞다퉈 구매할 것"이라고 방송사의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또 "출연료문제 등 독립제작사들이 방송국에 비해 불리한 여건임을
안다"며 "성우, 탤런트 등의 계약때 자사에 납품하는 독립제작사에도 같은
조건으로 계약할 것을 명기하는 방안 등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박성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