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반에 걸친 경기침체 속에서도 정보통신산업만은 예외적으로
고도성장을 지속, 올해 매출액이 1백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정보통신부의
전망은 장기불황에 위축될대로 위축된 국민들의 마음에 그나마 한가닥
위안이 아닐수 없다.

정통부는 최근 발표한 97년 정보통신산업통계에서 우리나라 정보통신산
업매출액이 지난 91년이후 연평균 24%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93조7천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1백20조원을 돌파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국내시장 규모가 전년대비 36.9%나 증가한 54조원으로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이르렀다는 것은 이제 정보통신산업이
명실공히 우리산업의 기관차 역할을 맡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 업체수도 지난해말 현재 8천20개에 이르고 종사자수도
전년보다 무려 30.4%나 늘어난 51만 5천9백명에 달했으며 극심한 취업난이
빚어니고 있는 올해도 정보통신분야만은 모집인원을 늘리고 있어 고용증대
효과가 다른 산업에 비교할 수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이 정보통신산업에의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괄목할만한 발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이 가야할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외형으로는 1백조원시대에 진입했지만 외화내빈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정보통신열풍의 속사정은 그렇게 밝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철저한 준비 없이 경쟁화를 서두른 나머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는
후유증은 결코 가볍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거의 전 통신분야에 걸친 대대적인 경쟁과 신규참입은 천문학적인 투자와
방대한 인력을 필요로 함으로써 중복투자에 다른 자원낭비와 부실을 양산할
위험이 있다.

한 예로 최근 서울 이동통신이 시티폰 상용서비스 개시 1년도 못돼
적자에 못이겨 사업권 포기를 결정한 것은 중복투자가 불러온 자원낭비의
대표적 사례라고 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기술축적도,인력양성도 없이 지나치게 서두르는 경쟁은 핵심기술에
대한 대외 로열티부담만 늘려 결국 "남좋은 장사"로 끝날 우려가 크다.

셀룰러와 PCS 등 휴대폰의 부품 국산화율은 30%에 불과하고 우리가
자랑하는 CDMA(부호분할다중접속)기술만 하더라도 원친기술을 제공한
미국 퀄컴사에 지금가지 1천6백억원이 넘는 거액을 로열티로 지불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PCS서비스가 시작됐으니 로열티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의 대표적인 통신업체인 한국통신의 직원 1인당 매출액은
1억1천만원으로 일본 NTT나 미국 AT&T의 3분의 1수준에 머물러 생산성
면에서도 아직 경쟁이 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렇게 볼때 우리나라의 정보통신산업은 이제 겨우 밑그림을 마련한
상태라고 할수 있다.

이 밑그림을 바탕으로 국가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염두에 둔 정책조정과
기업의 기술개발을 통한 합리적 경쟁이 이뤄질 때만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21세기에도 지속적인 발전을 이룩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