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 (감독 로버트 제메키스)는 "인간의 얼굴을 한 SF영화"다.

부모를 차례로 잃은 뒤 망원경을 통한 천체관측에 열성이던 소녀
(조디 포스터)는 천체과학자가 되고 그는 남들의 비웃음을 감수한 채
외계인과의 교신에 탐닉한다.

우여곡절을 겪은 뒤 교신에 성공하고 프로그램이 국가 차원으로 커지자
탐사위성이 만들어지고 그는 탑승자로 선발된다.

경이로운 상황에서 외계인을 만나자 철저한 과학신봉자이자 무신론자이던
그도 신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

"별을 가슴에 품고 사는" 소녀가 바라본 밤하늘, 투명한 바닷물과
푸른숲이 아른거리는 아름다운 외계 풍경은 과학에 관심없던 사람까지도
우주의 신비, 외계생명체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여기에 백악관의 참모로 진출한 종교학자 (매튜 매커너이)와의 사랑까지
더해져 학문 우주 인간에 대한 사랑이 3중주를 이룬다.

할리우드 최고의 지성파 여배우라는 조디 포스터의 새침하고 개성있는
캐릭터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한 영화.

"코스모스"로 잘 알려진 칼 세이건의 유일한 소설 "콘택트"가 영화의
원작.

칼 세이건은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만이 존재한다는 것은 낭비다"라는
가설에서 출발, 논의를 종교적인 차원에까지 발전시킨다.

보이지 않는 신의 존재를 믿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외계인의 존재도
믿을수 있다는 것.

흥미로운 것은 "ET" "에일리언" "맨 인 블랙"에서의 외계인이 문어
원숭이 파충류와 닮은 흉칙한 모습인데 반해 "콘택트"에서는 가장 사랑한
사람 (죽은 아버지)의 형상이라는 것.

우주에 대한 극진한 애정을 여기서도 읽을수 있다.

감독 제메키스는 "포레스트 검프"의 연출자.

"포레스트 검프"와 마찬가지로 "콘택트"에도 클린턴대통령을 등장
(화면합성을 통해)시켰으며 칼 세이건의 미망인 앤 드루얀 (작가),
토크쇼 진행자 래리킹, CNN기자 20여명도 실명으로 출연시켰다.

미국영화 치고 보기 드물게 호흡이 느려 지루할 수도 있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15일 서울극장 개봉.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