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금융위기의 불똥이 마침내 일본으로 옮겨붙고 있다.

태국에서 비롯된 동남아 위기여파가 홍콩 대만 한국을 거쳐 급기야 일본
에까지 상륙한 것이다.

12일 일본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트리플 약세''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주가 엔화 채권가격이 동반하락한 것이다.

13일에도 금융시장의 혼란은 지속됐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1만5천대로 떨어졌으며 엔값은
6개월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백26엔대까지 하락했다.

채권시장도 외국인 투매가 가세하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주식및 채권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 나오고 이것이 다시 외환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엔약세-달러강세를 초래하면서 해외로 자금이 이탈하는 일본
팔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팔기의 주된 원인으로 거액의 불량채권으로 악명높은
일본의 금융시스템 불안을 꼽고 있다.

또 동남아 위기도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남아 사태로 인해 아시아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차례는 일본이다 라는 인식이 확산되자 일본것은 무조건
팔아치운다는 설명이다.

지난 1-7월까지만해도 매수우위를 보였던 해외투자가들은 동남아사태
이후 8-10월간 8천억엔이상의 주식을 처분했다.

최근 산요증권 파산을 계기로 외국투자가들의 불안은 더욱 증폭되면서
미국 국채등 구미시장으로 발길을 급속히 돌리고 있다.

도이체 모건 그렌펠 관계자는 이와관련, "버블붕괴후 7년간 금융개혁 등
구조개혁이 실질적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외국인투자가들의 일본기피
현상을 부채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계는 해외투자가들의 일본팔기에 국내금융기관들마저 동조하고
있고 이 사태가 일반투자가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혼란은 걷잡을수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 금융센터 위치에 있는 일본에서의 금융혼란은 동남아 위기로 지쳐
있는 아시아 경제를 더욱 멍들게 할 것이 분명하다.

<<< 주식 >>>

일본주가는 버블붕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92년8월과 95년7월의
1만4천대이후 3번째로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13일 닛케이평균주가는 개장초부터 팔자 주문이 쇄도하면서 오전장에만
전날보다 3백엔 밀려 1만5천,..대를 위협했다.

주가하락의 주된 이유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도공세.

외국인들은 올 여름까지 구조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돼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 1-7월동안 3조엔가량의 주식을 매입했다.

그러나 정부개혁이 지지부진하고 경기대책에 대한 실망감이 겹치면서
최근들어 일방적인 매도로 자세를 바꾸고 있다.

특히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금융관련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폭증하고 있다.

<<< 채권 >>>

과열기미를 보여왔던 채권가격이 떨어지면서 사상최저수준이었던 장기금리도
상승(가격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장기금리는 지난 10월25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연 1.55%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 채권가격이 하락세(수익률은 상승)로 반전하면서 10년짜지
장기국채의 수익률이 연 1.75%까지 오르고 있다.

이는 일본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해외투자가들이 일본주식및
채권 보유비중을 줄이고 있기 때문.

부실위험에 빠진 금융기관들이 지불준비금 마련을 위해 채권을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채권가격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부실위험도가 높은 일본 은행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빌릴때
추가로 지불하는 금리인 재팬프리리엄도 급상승하고 있다.

<<< 환율 >>>

주가폭락과 함께 엔값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12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백26.57엔까지 치솟았다.

이달에만 벌써 달러당 6엔이상 오랐다.

엔저는 일본경제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데 근본원인이 있다.

여기에다 최근의 주가하락과 금융시스템의 불안증폭, 아시아 경제위기로
이 지역에 대한 수출둔화등으로 엔저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적이다.

일본장기신용은행은 "엔화는 통화당국이 개입하지 않은한 더욱 떨어질
것"이라며 "조만간 달러당 1백27엔대로 떨어지며 심지어 1백35엔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 장진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