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수 < 현대건설 플랜트사업본부 >

올해 4월부터였다.

지금보다는 덜한 것 같지만 사상 최악이었다는 지난 상반기 취업난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의 전쟁은 시작됐다.

다행히 가장 원하던 현대그룹에 합격해 이제는 직장인으로서의 성공을
꿈꾸고 있다.

우선 일반적인 내용이다.

첫째 입사원서 작성, 면접시 태도, 옷차림 등 많은 부분에서 어떤 방향을
선택할지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나의 경우 이럴땐 "내가 채용담당자라면"하고 입장을 바꿔 생각했다.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기가 쉬웠다.

그 다음은 현대그룹의 전형제도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관한 문제다.

현대그룹은 필기시험이 없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원서작성시 추가점수를 딸수 있는 부분은 자기소개및
지원동기 뿐이라고 생각했다.

자기소개서에는 추상적인 수식어는 피하면서 나의 장점은 자신있게, 단점은
솔직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장점이 될수 있는 것을 기록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면접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의 1단계 실무진 면접은 "뽑을 사람"을 고르고 2단계 임원진 면접은
"떨어뜨릴 사람"을 고르는 과정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준비로는 해당회사의 규모나 사업분야 등을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면접에
임했고 취업준비책자 등을 통해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을 한번씩 생각해
보았던 것이 꽤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현대그룹의 면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솔직함이라고 생각
한다.

영어 인터뷰의 경우 어려운 단어를 사용해 준비한 것을 외워서 발표한
사람에게만 추가 질문이 가해져 당황하는 경우를 보았다.

말을 더듬거나 목소리가 작고 자세가 바르지 못한 경우는 대부분 탈락했다.

"WTO"에 대해 면접위원의 질문을 받았다.

그때 사실 나는 WTO를 잘 몰랐다.

하지만 솔직히 말했다.

"핑계는 될수 없지만 전방에 근무했던 관계로 경제나 시사문제에는 밝지
못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쪽으로도 노력해 많이 알도록 하겠습니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합격했다.

나의 솔직성과 자신감을 회사가 인정해 준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