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세익스피어는 20세기말 한국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원장 김우옥)이 17~18일 국립극장소극장무대에
올릴 "여보세요, 셰익스피어...?"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한다.

호주 출신 데이빗 플레져 연출. 엄밀히 말해 "여보세요,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 연극이 아니다.

물론 이 공연에는 셰익스피어 희곡중 널리 알려진 작품의 장면이 여럿
포함돼 있다.

"리어왕" "맥베드" "리처드3세" "한여름밤의 꿈"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장면들은 연극을 이끌기 위한 재료일 뿐이다.

연출가는 이 재료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바로 지금, 영국의 극작가 셰이스피어 작품을, 영국의 식민지였던 호주
출신의 연출가가,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데이빗 플레저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관객 스스로 생각할수 있도록 춤
영화 인형극 등 세가지 매재를 사용한다.

1부에선 셰익스피어 작품의 보편적 소재인 "사랑"을 구현하기 위해
춤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2부에선 갱스터무비를 무대에 올려 "리처드3세"를 비틀어본다.

3부에선 "한여름밤의 꿈"과 "꼭두각시 놀음"의 등장인물로 인형극을
꾸민다.

관객들이 "셰익스피어" 타이틀을 단 연극에 왜 이런 장면이 나올까
궁금해하도록 고안한 장치다.

뿐만 아니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넣음으로써 관객들이 극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배우들의 즉흥적인 작업 또한 주목거리.

일반적인 극 흐름과 다소 동떨어지고 실험적 성격이 강한 이 무대가
20세기말 한국관객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문의 958-2696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