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인 정취와 서구의 전위적 사고가 어우러진 독특한 회화세계를 펼쳐
구미화단에서 주목받고있는 서양화가 노은님(51)씨가 17~30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732-1736)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노씨는 지난 70년 간호보조원으로 독일에 건너가 국립 함부르크미술대학을
졸업한뒤 국립 함부르크 조형미술대학 교수로 활동중인 입지전적인 인물.

샤머니즘과 불교 도교사상을 바탕으로 한 동양의 정신세계와 강렬한 독일의
신표현주의가 어우러진 독특한 예술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그는 간결한 선과
투박한 먹터치로 인간세계와 우주의 법칙을 상징적 우화적으로 묘사한다.

주둥이가 긴 새,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있는 커다란 두마리의 물고기,
검은색의 백조, 발이 달린 물고기등을 통해 다소 무거운 주제를 해학적으로
다루고 있는 그의 작품은 보는 사람들에게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모습으로
다가와 자유롭고 편한 느낌을 주는 점이 특징.

한지위에 먹과 유화물감등 혼합재료를 사용한 작품들은 또 가공되지 않은
순수함이외에 유머러스하면서 삶과 관련된 다양한 암시들이 숨어있다.

이번 초대전에서는 평면이외에도 사람 얼굴모양의 항아리와 꽃병,
동물모양을 닮은 세라믹등 도예작품도 함께 출품한다.

노씨는 이번 전시와 때맞춰 27년간의 독일생활을 솔직하게 담은 에세이집
"내고향은 예술이다"를 출간한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