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물질문명의 위기를 생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특유의 조형작업으로
관심을 모아온 이기봉(41)씨가 21일~12월1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화랑
(735-8449)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서울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뒤 줄곧 전업작가로 활동해온
이씨는 86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수상자.

다원화된 현대미술의 특징적인 경향을 그대로 반영, 장르를 망라한
입체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이중의 목표-사라짐"
"긴꼬리 긴여행-사라짐" 등 회화, "순환탁자" "월식-사라짐" 등 입체와
설치작품인 "검정잉크-사치스러운 진술들"을 비롯, 30여점을 선보인다.

회화작업의 경우 "지극히 평범한 자연물의 이미지를 마치 간유리를
통해 보듯이 모호하게 처리해 물질과 인간의 합일을 추구한것"이라고
설명한 그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문제는 물질문명의 폐해가 극에 달한
우리시대에 가장 첨예하게 돌출된 시대적 이슈"라고 밝혔다.

이씨가 회화속에 즐겨 등장시키는 것은 파편화된 동식물과 인체의 형태
또는 금속으로 된 오브제.

또 조각이나 설치에는 사물이 담긴 반투명상자, 고무 튜브, 벽면낙서
등을 사용한다.

언뜻 보기에 서로 연관이 없어보이는 요소들을 결합,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는 사물과 사고의 연결고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씨는 이번 전시회의 특징을 "단순히 보여주는 전시가 아닌 생각하는
전시가 될수있도록 꾸몄다"고 덧붙였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