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기온 상승을 일으키는 "엘 니뇨"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로 높은가.

지난 4월 적도 근처 동태평양 해역에서 발생한 엘 니뇨로 인해 전 세계
적인 기상 이변이 속출하면서 지구촌에 "엘 니뇨 경계경보"가 발동됐다.

최근 들어서만 미국 북서부에서 홍수사태가 일어난 것을 비롯 북한 인도
호주 등에서는 여름 가뭄이 극심했고 동남아에서는 원인모를 산불이
잇달았다.

엘 니뇨란 5년을 주기로 바다의 수면 온도가 높아지고, 이에따라 이상
난동 등 기상이변으로 연결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올 엘 니뇨가 발생한 지난 4월 이후 바다 수면 온도가 평균
1도이상 높아졌다고 밝히고 있다.

지구촌에 사상 최악의 재해를 안겼던 지난 82~83년의 엘 니뇨보다 더 큰
재앙이 예고되고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미 엘 니뇨로 인한 관련 국가들의 경제적 피해가 두드러지고 있다.

호주는 밀 수확량이 크게 줄었고 봄철에 접어들고 있는 브라질과 아르헨
티나는 봄철 작물파종을 못하고 있다.

페루는 특산물인 멸치 어획이 3개월간 중단돼 있는 상태다.

미국에서도 파장이 커지고 있다.

휴가 계획이 줄지어 취소되고 있어 레저업체들이 개점 휴업 상태다.

거센 태풍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견됨에 따라 지붕수리 업체
들은 올 매상이 작년보다 20%나 늘어나는 등 때아닌 성업기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엘 니뇨 호들갑"이 상당부분 과장돼 있다고
지적한다.

기후관련 업자들이 지난 82년 당시의 큰 재앙을 기억하고 있는 일부의
"피해의식"을 증폭시켜 상업적 이익을 꾀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놀아
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북서부의 홍수나 동남아 일대의 산불 등은 과거에도 엘 니뇨와 관계
없이 이따금씩 일어났던 것인데도 엘 니뇨와 관련지어져 과잉 파장을 일으
키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캔자스주의 일기예보 서비스회사인 웨더 데이터사의 마이클 스미스
사장은 "설령 82~83년 때와 같은 기상 이변이 닥치더라도 관련 국가들이
당시처럼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단단이 홍역을 치른 농업 종사자들이 대대적인 관개 설비를 갖추는 등
대비를 해온 데다 기후 변동을 극복할 각종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란 것.

실제로 중남미의 사탕수수 재배업자들은 잘 갖춰진 관개시설 덕분에
엘니뇨에도 불구하고 평년 이상의 작황을 보이고 있다.

또 서부 아프리카의 엘니뇨 가뭄 소식으로 급등했던 코코아 선물가격이
최근 폭락세로 돌아서는 등 "엘니뇨 소동"으로 왜곡됐던 일부 품목의 가격도
정상 상태를 회복하고 있다.

미국 농업신문인 프로파머 뉴스레터지의 찰스 플로리 편집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엘니뇨 피해론의 상당부분은 실제 이상으로 과장된
것"이라며 "최소한 미국의 대부분 농작물은 엘 니뇨에도 불구하고 평년 수준
이상의 작황이 무난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