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의 약세로 조선부문의 가격경쟁력이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
선박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현대종합상사와 공동으로 미국
리딩앤베이츠사로부터 대형 반잠수식 시추선 1기를 2억5천만달러에 수주했다.

이번에 수주한 시추선은 1백20명이 상주하며 수심 2천5백m의 해저에서
다시 1만m 깊이의 지하에 매장된 석유까지 시추할 수 있는 특수설비로
30층 건물과 맞먹는 1백6m의 높이를 가진 초대형이다.

현대는 시추선의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운전과 운송을 일괄수행하게되며
특히 세계 최초로 시추선을 드라이도크(선박을 제작하는 도크)가 아닌
육상에서 건조할 방침이다.

현대 관계자는 "대형 석유회사들이 심해유전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시추선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며 "향후 2-3척의 추가수주도 기대
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영국의 석유회사인 BP사로부터 30만4천톤급 초대형 유조선
(VLCC) 4척, 노르웨이 나비스사로부터 7만톤급 드릴쉽(원유탐사시추선)
2척 등 유럽에서 총 6척, 5억8천만달러 어치를 수주했다.

BP사로부터 수주한 VLCC는 길이 3백34m, 폭 58m, 깊이 31m에 이중선체
구조로 만들어지며 15노트의 속력을 갖고 있다.

삼성은 이번 계약엔 선주사가 인도된 선박이 만족할 때 추가로 주문하는
옵션분 2척이 포함돼있어 추가수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에서 수주한 드릴쉽(원유탐사시추선)은 북해지역 유전탐사에
투입될 특수선으로 선체중앙부에 시추플랜트와 드릴을 장착한 부유식(부유식)
으로 심해 1만피트까지 탐사가 가능하다.

삼성은 이번 수주로 올해 20억 달러의 수주계약을 돌파했다.

한라중공업도 노르웨이 야레 달 베르게센사로부터 수에즈막스(15만3천톤)급
원유운반선 2척을 척당 1억4백만달러에 수주했다.

한라 관계자는 "삼호조선소의 가동 이후 소형 화물선에서부터 초대형
유조선까지 다양한 선박을 건조하고 있으나 수에즈막스급은 처음"이라며
"이번 수주로 수에즈막스급에 대한 대외신뢰도를 높이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조선업계는 올들어 10월말 현재 전년동기보다 2백80%가 늘어난
1천71만GT(선박총톤수)의 선박을 수주했다.

수주잔량도 1천7백86만GT로 2년치의 일감을 확보했다.

<이영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