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업이 되자''

패션 대기업들 사이에 "회사 쪼개기"바람이 불고 있다.

조직의 유연성을 확보, 패션업 특유의 "유행급변"에 대처하자는 탈경직성
전략이다.

LG패션, 고합, 한일합섬등 대기업들은 이를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
결제라인을 줄이고 시장상황에 빠르게 대처할수 있는 작은 조직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대기업의대표적인 소기업화 전략은 <>브랜드별 독립운영체제
<>브랜드나 사업영역별 별도 회사 설립 <>대기업과유명 디자이너의 결합등.

브랜드별 독립운영체제는 소사장제와 비슷하다.

브랜드별 최고책임자에게 권한을 대폭위임, 독자적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마케팅계획을 수립,실행할수 있도록 하는 것.

한일합섬은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브랜드별 독립체제를 구축했다.

레주메, 앙띰등 4개 여성복브랜드를 총괄했던 포모드 사업본부를 윈디클럽
등 3개 브랜드를 담당하는 의류사업본부로 통합하는 대신 브랜드별 사업
부장에 권한과 책임을 대폭위임했다.

기동력을 발휘하기 위해 사업의 축을 본부장급의 중역에서 사업부장
중심으로 바꾼 것.

"브랜드별 사업부가 독립된 중소기업처럼 운영되는 전략"(고합관계자)
이다.

"보이런던"등의 호조로 성장세를 타고 있는 중견의류업체 보성어패럴도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브랜드별 독립채산제를 도입했다.

기존 통합운영되던 마케팅, 기획, 디자인, 생산관리, 품질관리, 구매등을
브랜드별로 독자 운영토록 체제를 바꿨다.

이에앞서 제일모직은 결재라인이 길고 의사결정이 느린 대기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여성복의 영업팀을 본사에서 떼내 별도 건물에 두고
대부분의 사항을 사업부장 전결로 처리하고 있다.

브랜드나 사업영역별로 별도회사를 차림으로써 "탈대기업"에 나서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권한위임 정도가 아니라 아예 독립법인을 설립, 사업의 독자성을 극대
화하자는 아이디어.

이런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고합그룹의 "FNC"다.

고합그룹은 올초 유행사이클이 가장 짧은 신세대패션 "보브"브랜드를
출시하면서 FNC를 세워 고합의 대기업적 냄새 제거에 성공했다.

중견패션업체 풍연물산도 지난 6월 자사 브랜드 "이디엄"을 별도법인으로
떼어냈다.

"고감도 여성브랜드인 만큼 시장 상황을 제때 파악하는게 관건이라고
판단, 고객 밀착형 마케팅을 위해 조직을 분리시켰다"는게 풍연측의
설명이다.

LG패션은 디자인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자금력에 한계를 가진
유명디자이너와 손잡는 일종의"대기업+벤처기업"의 결합을 시도했다.

LG패션은 이를위해 디자이너 송지오를 영입, 올초부터 "옴스크"브랜드를
맡기고 주력제품으로 키우고 있다.

송 디자이너는 옴스크와 관련된 제품기획, 인사, 마케팅까지 자금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 대해 독자적인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LG관계자는 "현재는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자금면에서 도와주고 있으나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서면 독립채산제형태로 끌고 갈것"이라며 "옴스크의
성공추이를 봐가면서 다른 브랜드들도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노혜령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