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무분별한 "과욕"과 정치권의 "당리당략"이 나라경제를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

금융시장안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한국은행법개정안과 통합감독기구
설치법을 무리하게 처리하려는 정부의 밀어부치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오로지 표만 의식하는 정치권의 몸사리기가 겹쳐 경제관련법안들이 무더기로
휴지조각이 되고 있다.

이 와중에서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는 더욱 추락하고 외환 및 금융시장은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나라경제가 자칫하면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회는 17일 재경위원회를 열고 정부가 상정한 13개의 금융개혁법안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다수당인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및 자민련의 의견이
엇갈려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따라 정기국회 폐회일인 18일중 3당간 극적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한
금융개혁관련법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재경위는 그러나 예금자보호법, 보험업법, 증권거래법, 신용관리기금법 등
4개 법안은 처리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처럼 당장 금융위기를 타개하는데 필수불가결한 법률마저 휴지조각이
되고 만 것은 현실경제에 감각을 잃은채 "한건주의"에 혈안이 된 경제팀의
과욕과 일정한 원칙없이 오로지 표를 의식하고 있는 정치권의 극심한 눈치
보기가 복합작용한데 따른 것이라는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재정경제원은 금융개혁법안과 관련, 당장 시급하지도 않고 국민적
여론이 모아지지도 않은 한은법개정과 통합감독기구설치법제정이 필요충분
조건인양 홍보, 두 법률안 통과를 신인도회복의 지렛대로 보고 있던 외국
금융기관의 실망만 자아내 국가신인도를 더욱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경제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초래된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부재"라며 "현 위기를 타개하기위해선 현 경제
팀을 경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영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