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부터 외환시장의 환율이 사상 처음으로 달러당 1천원대를
넘어서면서 은행 환전창구는 환율전망 등을 묻는 전화로 업무가 거의
마비되다시피했다.

그러나 환율이 워낙 큰 폭으로 오른데다가 실수요증명서를 첨부해야 환전이
가능한 탓에 실제 창구에서 환전이 이뤄지는 광경은 그리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유학생 학비 송금 등으로 일반인들의 달러화 환전수요가 많은 외환은행
강남 외환센터 지점의 경우 환율전망과 달러화 매입적기가 언제쯤인지를
문의하는 고객들이 급증했다.

창구 관계자는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될지를 묻는 전화에 응답하느라
업무를 거의 보지 못할 지경이었다"면서 "환율이 워낙 급등한 탓에 실제
환전하는 고객들은 많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외환은행의 경우 이날 환율이 가격변동 제한폭인 9백8원60전까지
오르자 고객들에게 달러화 현찰을 팔때 적용하는 환율을 달러당 1천20원7전
으로 재고시했다.

이 관계자는 "1만달러를 환전할 경우 한나절만에 20만원이 넘는 추가부담을
해야 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어떻게 환전을 할수 있겠느냐"며 "달러화
현찰을 사야 할지, 아니면 통장에 남아있는 달러화를 먼저 쓰고 나중에
달러화를 사는게 유리한 지를 묻는 고객들도 적지 않았다"고 귀뜸했다.

서울 강남지역에 있는 시중은행 지점의 외환계 직원은 "문의전화는 많지만
본점에 알아봐야 속시원한 전망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해외지사를 둔
기업체들이 달러당 1천3백원대를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는 소문으로
답을 대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선 지점 외환창구 담당자들은 그동안 외환당국의 강력한 시장개입으로
환율이 더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거래가 많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공산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해외유학생들의 경우 오는 12월말까지 등록금용 달러화
송금이 몰리는 것도 외환창구에서 수요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