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새 회장 체제의 기아그룹이 예상외로 초기 순항을 하고 있다.

진 회장 특유의 리더십과 부지런함은 기아의 기존 경영진은 물론
노동조합으로 부터도 상당한 평가와 신뢰를 얻고 있기때문이다.

정부와 채권단과의 관계도 지금까진 만족할만하다.

관료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한 진회장의 출발은 일단 순조로운 셈이다.

그러나 진회장은 당장 눈앞에 두가지 숙제를 안고있다.

곧 단행해야할 임원진에 대한 인사와 채권단으로부터 매각 압력을
받고있는 아시아자동차 문제의 해결이 그것이다.

빠르면 주초에 있을 임원인사에서 직원들은 대폭적인 수술을 원하고 있다.

그동안 상당수 임원들은 김선홍 전 회장과 운명을 같이 하겠다는 각오로
김전회장의 퇴임을 반대해왔다.

그들의 반대로 김전회장퇴진이 늦어진 면도 있다.

직원들은 기아부실에 현경영진의 책임이 큰 만큼 이번인사에서 대폭적인
물갈이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물론 기아그룹은 지난 7월 부도유예협약적용이후 지금까지 전체임원
3백40명중 1백4명을 줄였다.

적지않은 숫자다.

이때문에 현경영진은 추가적인 대폭 감축보다는 진회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단합을 원하는 분위기다.

아시아자동차매각문제는 진회장이 14일 광주본사에서 "아시아자동차가
기아그룹에서 분리돼서는 독자적으로 살수없다"며 자력회생을 강조함에
따라 앞으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진회장이 아시아자동차의 자력회생을 강조한 것은 광주지역정서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단 지역정서를 감안하지않더라도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를
떼어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프라이드를 비롯한 완성차의 생산공급은 물론 핵심부품공급이나
기술제공으로 두회사는 얽혀있다.

문제는 기아자동차가 아시아자동차에 8천억원의 빚보증을 선데다
아시아자동차의 부실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기아자동차가 아시아자동차를 끌어안은채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와 채권단도 아시아자동차의 제3자매각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