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대한 분석이 아무리 정교해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는 경제논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투자자들은 과거의 자료와 경험을 토대로 신중한 결정을 내리지만 예측은
빗나가기 일쑤다.

돌발상황에 따른 위험요소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 "리스크"를 관리하고 정복하는 일이야말로 미래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미국의 유명한 경영컨설턴트이자 투자자문회사 회장인 피터 L.

번스타인은 "신을 거역한 사람들" (안진환.김성우 역 한국경제신문사)
에서 "인류발전사는 리스크 관리의 역사이며,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분석과 측정의 역사"라고 말한다.

그는 투자전문가답게 측정과 계산, 도박과 확률로 시작되는 리스크관리의
역사를 오늘날의 경제상황 및 투자 리스크 최소화방안과 연계시켜
해석한다.

그는 리스크 (risk)라는 말이 "뱃심좋게 도전하다 (to dare)"는 뜻의
초기 이탈리아어에서 유래된 것이므로 "리스크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
이라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인의 주사위놀이에서 비롯된 승리예측과
확률측정은 르네상스시대에 이르러 본격적인 수학이론으로 정립된다.

프랑스귀족으로부터 "한사람이 앞선 상태에서 게임이 중단되면 판돈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문제를 받고 파스칼과 페르마가 발견한
"확률이론"이 시초.

이는 기초적인 확률과 통계의 세계에서 게임이론과 혼돈이론 분산투자를
거쳐 파생금융상품 옵션거래 등 현대경제학의 첨단 리스크관리이론으로
발전한다.

지난 4백50년동안 불확실성의 한계에 도전했던 수많은 영웅들은 손실에
대한 가능성을 이득의 기회로, 운명이나 창조계획을 확률에 근거한
미래예측으로, 무기력을 선택으로 바꿨다.

미국의 경제학자 나이트는 "경쟁체제의 구성원 모두가 경제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가정에서 비롯된 고전경제학의 맹점을 지적하면서
"미래예측에 기반을 두고 수많은 결정이 내려지는 체계에서는 의외의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고 "불확실성"을 구체적으로 논증했다.

그는 "주식과 채권시장의 변동성은 상황이 예상과 달리 전개되거나
투자가의 판단이 틀리는 경우가 많다는 증거다.

따라서 투자리스크를 측정할 때 반드시 이것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90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해리 마코위츠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분산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기대수익과 분산이라는 두가지 수치로만 증권시장이
설명될수 있을 때의 얘기다.

그래서 사람들은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일수 있는 파생상품과 옵션거래의
매력에 매달린다.

하지만 환율과 금리등 시장토대가 근본적으로 출렁이는 상황에서는
이것마저도 믿을게 못된다.

결국 남은 것은 얼마나 합리적인 태도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느냐의 문제다.

저자는 리스크관리의 이론적 분석틀 위에 개인투자가가 지켜야할 몇가지
지침을 제시한다.

"의사결정시 감정과 관습에 지배받지 말라. 무조건 리스크를 기피하는
태도도 버려야 한다.

비정상적인 보상을 바라지 말고 50대 50의 확률에 모든 것을 거는 무모한
짓은 더욱 하지 말라"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