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시인"으로 묵묵히 걸어왔지요.
소설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여성시인들의 활동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시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제16회 김수영문학상을 받게 된 김혜순
(42.서울예전교수)씨는 "이번 수상의 의미가 여성시인에 대한 문단전체의
인식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상시집 "불쌍한 사랑기계" (문학과지성사)는 "묘한 매력과 고통스런
충격으로 다가오는 동시에 김혜순만의 독특한 재능과 강한 흡인력이
살아있으며, 특히 환상적인 면모를 잘 드러낸 "백마"는 불안과 공포의
형상화에 성공한 대표작이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91년 건국대에서 "김수영 시 담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김수영을 연구하면서 "참여시인"보다 "형식에 대해 완전한 자유를 누린
시인"으로서의 그에게 더 끌렸다"며 "보이지 않는 형식을 중시한다는
면에서 우린 서로 닮은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인들이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같겠지만 어떻게 하느냐의
"방식"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겠죠.문학은 "말"이 아니라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길이 그리는 수세미같은 궤적이 내 시의 형식이고 밥이지요. 말을
버리고 길에 충실하렵니다"
시인으로 데뷔하기에 앞서 78년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그는 "그냥
시인으로 살고 싶어서 평론집을 내자는 출판사의 권유도 2년째 거절하고
있다"며 시에 대한 열정을 내비쳤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