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을 쌓은 기분입니다"

95년 "조선왕조실록 CD롬" 초판을 내놓은데 이어 최근 증보판을 완성한
이웅근(67) 서울시스템 회장은 당초 예상보다 작업이 수십배는 더 어려웠다
고 털어놓았다.

"조선왕조실록은 3백페이지 분량의 국역본으로 4백권이 넘습니다. 원고지로
계산하면 63빌딩의 3배 높이만큼 쌓을수 있는 2억장에 달합니다. 이를 입력
분류 검색어등록 교정등을 거쳐 CD롬에 담는데 5년여동안 연 12만명이
매달렸습니다"

그는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역사서를 더이상 창고에서 썩게 할
수는 없다는 연구진및 실무진의 신념이 10년이상 걸릴 줄 알았던 대역사를
5년만에 끝낼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스템이 조선왕조실록 CD롬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93년초.

북한이 조선왕조실록을 먼저 번역, 한글본을 낸데 자극받은 정부가
서울시스템에 CD롬 제작을 의뢰했다.

서체와 CD롬 프로그램 개발에서 서울시스템이 세계적 업체였기 때문.

서울시스템은 95년10월 CD롬 초판을 발간했으며 초판의 결점을 완전히
해소한 개정판을 최근 완료했다.

이회장은 "첨단정보기술을 이용해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정리
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 CD롬을 이용해 한국사 전공자뿐
아니라 일반인및 외국에서 한국문화의 우수성과 한국인의 옛지혜를 배울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회장은 "조선왕조실록 CD롬" 증보판은 일반인도 손쉽게 이용할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문화->과학->천기의 분류항목 순으로 선택하면 조선 5백년동안의
날씨변화가 날짜별로 화면에 뜬다.

조선시대에 코끼리가 있었는지 궁금하면 검색어에 "코끼리"라는 단어를
넣기만 하면 코끼리에 대한 과거기록을 알아볼수 있다.

이회장은 1세트에 6백만원인 CD롬 가격은 전혀 비싼 것이 아니라고 강조
했다.

대만에서 발간한 "이십오사 CD롬"의 초판 발매가는 1백만달러(한화 약
10억원)였으며 현재 판매가도 5만달러(한화 약5천만원)에 이른다는 것.

북한의 "조선왕조실록"번역본 1천2백만원과 비교해도 절반수준이라는 설명
이다.

그는 실록 CD롬 개발로 외국의 한국학연구소에 실질적 도움을 줄수 있는
사실 또한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한국학연구소는 기부금 1백만달러보다 조선왕조실록 CD롬
1장을 더 원한다"며 "앞으로 한국고전및 사료도 CD롬으로 제작해 세계적으로
한국학 붐이 조성되도록 돕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60~77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지냈으며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위원, 외자도입 심사위원,
공인회계사회 회장 등을 지냈다.

85년 전자출판전문회사인 서울시스템을 세워 97년 6월말현재 자본금
76억여원, 매출액 2백46억여원의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