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종금사 등 금융기관들의 장단기해외차입이 전면 중단돼 "달러기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은행본점은 물론 해외점포들도 매일같이 "외화부도"위기에 몰리고 있으며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이틀연속 상한폭까지 상승, 외환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이에따라 시중은행장들은 정부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이경식 한국은행총재에게 요청하고 나섰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오전 9시30분 개장하자
마자 이날 상한폭인 달러당 1천12원80전까지 치솟은뒤 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고객이 은행창구에서 현찰로 달러를 매입하는 현찰매도율은 달러당
1천27원99전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원화환율이 이틀연속 상한폭까지 오르면서 외환시장이 마비된 것은
종금사는 물론 은행들의 장단기 해외차입이 전면중단돼 "달러기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정부의 외환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해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실제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등 시중은행은 물론 그동안 국가신용으로
외자를 조달하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장단기해외차입이 사실상 중단
됐으며 외국은행의 크레딧라인(여신공여한도)도 완전히 막힌 상태다.

일본의 농림중앙금고는 지난 17일 제일은행등 국내은행 크레딧라인의
만기를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했으며 후지은행도 크레딧라인의 여신금리
인상을 통보했다.

이에따라 지난17일엔 5대시중은행이 무더기로 외화자금을 결제하지 못해
한은에서 10억달러가량을 지원받아 가까스로 외화부도를 막았다.

영국에 진출한 국내점포들도 현지은행들이 결산일인 내년3월까지 한국계
은행에 대한 여신을 모두 회수한다는 방침에 따라 하루짜리 오버나이트자금을
구하기도 애를 먹고 있는 등 해외점포들까지 외화자금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연말까지 1백70억달러의 외화를 상환해야하는 은행들은 특히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매입하거나 종금사로부터 단기자금을 무차별적으로 회수하고 있다.

이에따라 정지태 상업은행장 등 8명의 시중은행장은 이날 이경식 한은
총재를 만나 "은행들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차원의
특단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