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대형 방위산업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현대그룹이 경쟁사와 정부를
상대로 "전방위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대해 경쟁사들은 현대가 어수선한 정치적 분위기를 타고 기존 방산업체
의 사업을 방해한다며 현대 저지책을 마련하고 있고 방산업계에서는 전운마저
감돌고 있다.

현대는 18일 차기잠수함 사업(SSU)과 관련, 정부를 상대로 "방위산업참여권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국방부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으며 국방부
고위관계자들을 직무유기죄 혐의로 형사고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현대는 이에앞서 고등훈련기 사업(KTXII), 대형수송함사업(LPX), 경전투헬기
사업(KLH)에 대해서도 계약절차의 하자를 들어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문민정부와의 불화로 국책 프로젝트에서 배제돼온 현대가 레임덕 현상을 타고
대대적인 "만회작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측도 이같은 분석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 사업별로 현대와 경쟁업체의 입장을 정리해 본다.

<> 차기 잠수함 사업 =기존의 1천2백t급 209 잠수함보다 선형이 큰
1천5백t급중형 잠수함 3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사업규모가 2조원에 이른다.

현대는 방위산업의 경우 수의계약의 경우에도 2개사이상 업체에 견적서를
요구한뒤 사업자를 결정해야 하는데도 국방부가 현대에 견적서 제출을 요구
하지도 않은채 대우와 수의계약을 맺으려고 한다며 이는 엄연한 현행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대우는 이에 대해 차기 잠수함사업의 경우 대우가 그동안 건조해온 209
잠수함의 성능개량사업에 불과한데다 척수도 3척에 불과한 만큼 중복투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우가 사업자로 지정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대우는 현행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국방부가 무기체계획득 관리규정을
수정, 성능개량사업의 경우 복수경쟁을 하지 않토록 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 고등 훈련기 사업 =1조6척억원을 투입, 오는 2005년까지 고등비행훈련
및 경공격 임무를 지닌 군용항공기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삼성항공이
주계약자다.

현대는 항공기 사업의 경우 한.미정부간 양해각서(MOU)에 근거해 추진돼야
하는데도 MOU 체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 경우 중요기술의 이전이나 양산후
제3국 수출이 불가능해질수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항공은 "미국 록히드마틴측과 체결한 수출승인서를 미 의회가 승인해준
만큼 MOU 체결이 필요하지 않다"는 반박논리를 펼치며 "현대의 주장은 기존
방산업체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대형 수송함 사업 =오는 2004년까지 2천4백억원을 들여 전차, 상륙
돌격차, 헬기 등 장비와 병사 등을 대량으로 실어나를수 있는 1만t급 대형
수송함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한진, 현대, 대우가 사업권 획득을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는 국방부가 물량배분 차원에서 한진중공업을 사업자로 결정, 수의계약
을 하려 하고 있다며 잠수함사업과 마찬가지로 복수경쟁을 하지 않을 경우
법적인 대응을 한다는 방침이다.

한진은 이에 대해 "현대가 세계에서 제일 큰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군함 건조면에서는 한진이 오랜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일반 선박
수주로도 회사경영이 가능한 현대가 왜 남의 영역을 침범하려 하는지 이해
할수 없다"는 입장.

<> 경전투헬기 사업 =이양호 전 국방장관의 수뢰사건으로 미뤄졌던 사업으로
국방부가 최근 재추진 방침을 세우고 기존 사업시행자인 대우중공업을 통해
99년부터독일의 BO 105기 12대를 인도받기로 했다.

현대는 대우중공업이 이 전 장관에 기종 선정 대가로 1억5천만원을 준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대우중공업을 사업자로 유지시키는데 대해 납득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측은 이에 대해 "수뢰사건은 정부가 사업을 워낙 늦추는 바람에 조바심
이 난 대우가 무기 브로커에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90년 사업자
지정 이후 사업시행을 기다려온 대우의 기득권이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