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말 부도로 법원에 화의신청을 내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광주화니백화점 근로자들의 구사활동이 지역유통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95년 송원백화점을 필두로 대형백화점과 할인점들이 잇따라 출점,
매출감소의 영향과 지난해 주월점 신축 등의 무리한 투자 등으로 화니는
경영에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호남지역에서 최초로 백화점영업을 시작했다는 근로자들의 자존심
(?)은 자발적으로 회사살리기에 나서게 했다.

이들은 우선 지난 9월 부도가 나자마자 부.팀장급이 중심이 돼 비상대책
위원회를 구성, 경황이 없는 경영진을 대신해 밀려드는 채권단과 협력
업체들을 대상으로 협의를 시작했다.

비대위와 함께 노조도 회사 살리기에 매달렸다.

우선 화의신청후 영업정지에 들어간 회사의 정상영업활동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보고 휴업중에서 전 직원이 모두 출근토록 해 매장정리와 재고파악에
나섰다.

또 소모품 절감을 골자로 하는 사내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전사적으로 지급되는 사무용품을 대폭 줄이고 업무용 전화의 사용자제
및 엘리베이터 탑승 안하기, 종이와 타올 한장 줄이기 등도 생활화했다.

특히 회사 경영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정상화가 될때까지 상여금
을 전액 반납할 것을 결의했다.

또 노조는 고객이 편안한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백화점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친절과 웃음짓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 대리급을 대상으로 인원 감축을 단행할때도 이를 감수했다.

노조원들은 아침8시부터 영업개시전까지와 오후5시부터 8시30분까지 광주
시내의 각 아파트단지와 시내중심지에서 전단지를 배포해 고객들을 유인
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화의신청후 4일만에 영업이 재개됐으며 매출도 2.5배나
급등하고 각 협력업체들도 물건을 제때에 내려보내는 등 경영이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

지역노동계도 화니백화점 근로자들의 이런 노력에 일조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관련 광주.전남지역의 52개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지난달 27일부터 화니백화점측이 마련한 지역경제 살리기 한마음 장터에
참여, 판촉활동을 벌이는 한편 화니살리기에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 줄 것을
호소했다.

곽승기 노조부위원장은 "호남지역 최초의 백화점이라는 전통과 삶의 터전인
회사를 살리는데 최대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룡사장은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벌이고 있는 회사살리기 의지를
볼때 조만간 경영정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최수용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