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율변동폭을 20일부터 2.25%에서 10%로 대폭 확대한 것은 시장
기능을 살려 환율 급등세를 막자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상승심리를 충분히 반영할 정도로 변동폭을 넓혀 시장의 기대만큼 환율이
오르도록 하면 자율적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환율 변동폭이 좁은 탓에 연속 상한가 행진이 가능했고 이로인해
상승심리가 거세지는 악순환이 지속된게 사실이다.

외환보유고를 쓰지 않고 시장의 힘으로 이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이번
조치의 목적인 셈이다.

더구나 앞으로 자유변동환율제로 이행될 때 적응력이 강해진다는 이점도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변동폭 확대조치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스탠더드앤드차터드은행의 홍명식 부지점장은 "외환시장 여건을 따져볼 때
매우 적절한 조치"라면서 "환투기 세력의 달러화 매입열기는 곧 한풀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기대심리를 수용할 정도의 탄력성을 부여함으로써
매도물량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하루 변동폭이 워낙 커 매수세력들로선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
도 나온다.

20일 매매기준율(1천35원50전)기준으로 상한가는 1천1백39원, 하한가는
9백31원90전.

하루중 발생가능한 손실 또는 이익의 폭은 2백7원10전.

환율이 오를수록 이 폭은 더욱 커진다.

불투명성이 높아지므로 "사자"일변도의 거래는 힘들어 진다는 얘기다.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딜러들은 1천2백~1천3백원을 정점으로 환율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딜러는 "화폐가치가 폭락한 태국의 경우 지난해말부터 최근까지 대략
40% 절하됐는데 이를 한국에 적용한 환율은 대략 달러당 1천2백원선"이라며
"달러화 공급여건이 즉각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보다는
조금 더 상승할 공산은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태국보다는 우리의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이 훨씬 좋아 대폭
상승은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싱가포르 NDF시장 등 역외시장에서 거론된 "적정수준 1천2백원설"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우리경제에 추가 악재가 없을 경우 단기정점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홍 부지점장은 "시장참가자로서 피부로 느끼는 감으로 환율정점을 예상
하자면 1천1백원"이라면서 시행 첫날(20일) 상한가 기록여부에 대해서조차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은행등을 통해 해외차입까지 병행된다면 외환시장은 예상보다 빨리
안정될 수 있다는게 딜러들의 입장이다.

물론 이번 조치가 환율상승만 자극하는 부작용만 남길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외국계은행의 딜러는 "불안심리가 진정되면서 일시적으로 상승했다가
조정국면을 맞을 것"이라면서도 "펀더멘털이 개선될 조짐이 없다면 천정부지
로 환율이 오르는 역작용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