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는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지원을 구해야 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정부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당초 생각했던 미국과 일본의 자금지원이
여의치 않은데다 더이상 머뭇거릴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가 2,3일내에 최종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그에
따른 절차 등을 최대한 서둘러야 할 것이며, 지원조건 등에 대한 협의에
만전을 기해주길 기대한다.

긴급자금지원을 요청하더라도 실제 자금지원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IMF 협의단이 내한해 자금지원의 필요성과 경제상황 등을 점검한 다음
우리정부와 지원규모 지원조건 등을 협의해 IMF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신경써야 할 문제는 지원규모와 조건이다.

IMF가 과거 다른 나라를 지원한 사례와 그동안 우리경제에 대해 내린
평가 등으로 미루어 요구사항을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도 과거부터 지적해오던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등 금융산업
구조개편과 금융시장 개방확대 등이 우선과제에 포함될 것이고, 환율결정의
시장기능확대 등이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또 거시경제목표를 안정위주로 재조정하고, 특히 강도높은 재정긴축을
요구할 확률이 높다.

경상수지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제시도 예상되는 요구사항중의
하나다.

다행히 IMF가 가장 우선적 과제로 생각하고 있는 금융시장 구조개편은
지난 19일 발표된 금융안정대책에서 충분히 제시된바 있어 이견은 없을
것같다.

환율제도 역시 이미 하루 변동폭을 상하 10%로 확대해 자유변동환율제나
다름없이 개편됐기 때문에 추가적인 조치는 필요치 않을 것같다.

문제는 거시경제지표의 조정과 재정운용의 과제다.

과도한 안정책이 제시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워지고 있는 고용사정을 더욱
악화시켜 사회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많고, 여기에 재정긴축으로 사회간접
시설의 건설에 차질이 생긴다면 경제회생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수도
있을 것이다.

저성장을 감수해야하고 고용부문에서 어느정도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는
하지만 사회불안을 가져오거나 성장잠재력에 손상을 줄 정도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국가체면이 많이 구겨진 것도 사실이지만 기왕에 이렇게 된 바에야 보다
철저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부실금융기관의 통폐합은 단순한 대형화 차원을 넘어 국제경쟁력을 갖춘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과 인력의 재배치가 병행돼야만 한다.

비단 금융기관 뿐아니라 모든 기업들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확보가 선결과제다.

물가안정노력도 소홀히 할수 없다.

IMF협의와 상관없이 통화증발에 따른 인플레 우려가 팽배해 있다.

이같은 기대심리를 불식시키는 것은 소비자들의 노력 못지 않게 정부의
효과적인 안정화시책이 챙겨야 할 몫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