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1일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전당대회를 거쳐 이회창 대통령
후보 조순 총재 이한동 대표 체제로 닻을 올렸다.

양당의 합당으로 한나라당은 당 내분과 합당과정의 진통을 동시에 마무리
하고 대선에 전념할 기틀을 다지게 됐다.

한나라당의 출범으로 이회창 후보측은 "반"DJT"연대를 위해 마음을 비우라고
요구하며 은근히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측에 마음을 두고있었던 비주류측의
끈질긴 공세를 일거에 잠재우는 성과를 거두었고 조순 총재측은 4~5%안팎의
낮은 지지율에도 원내 다수당의 상당지분을 할애 받는 실리를 챙겼다.

특히 양당의 합당으로 이후보는 10%대에 머물고 있던 지지율이 불과 열흘만
에 30%대에 육박, "반DJT"연대에서 주도권을 잡을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조총재을 비롯한 민주당세력, 이회창 후보측 세력,
민주계, 민정계 등 당내 복잡한 역학구도속에서 이번 대선을 치러야하는
부담도 동시에 안게 됐다.

특히 합당과정 막판까지 공동대표를 요구한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계도
껴안아야 할 운명이다.

이들은 "3김정치 타파"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결합했지만 정치적 색깔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불안한 동거"가 될수밖에 없다는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들이 대선국면에서 어느 정도 융화를 이뤄내 선거를 이끌어
갈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점을 감안, 구신한국당측이 장악하고있는 주요당직에
대한 개편을 대선후로 미루고 선대위 조직도 구신한국당과 구민주당세력이
각각 중심이 되는 이원적인 형태로 꾸려나갈 계획이나 어느 정도 효율성을
발휘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에서는 구신한국당 세력이 주축이되고 구민주당측이 측면지원하는 형태로
선거운동이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합당 자체의 상징성이 중요했던 만큼
선거운동과정에서의 시너지 효과는 그리 클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이와함께 소수정당의 영입돼 총재를 맡은지 불과 수개월만에 일약 다수당의
총재가 된 조순 총재의 정치력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조총재는 대선의 승패여부와 관계없이 내년 3월 전당대회에서 총재로
선출돼 2년간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특히 조총재는 2천년 4월에 있을 16대 총선 공천권까지 행사할수 있게돼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당내기반이 취약한 조총재에게 이같은 권한을 보장한데 대해 당내
일각에서는 "지나친 것 아니냐는 불평"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같은 문제점들은 대선이 27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당에 당장
두드러진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또 양당의 합당으로 이후보의 당선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데 힘입어 당의
분위기도 크게 쇄신되고 있다는 평가다.

당직 개편 지구당 개편 등 민감한 문제를 당분간 덮어두기로 한 것도 합당
으로 인한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양당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정치적 노선보다는 "대선승리"라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후보등록을 1주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탄생한 정당인 만큼 대선 결과가 당의
운명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