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 <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 >

고전에 대한 한글화 작업은 우리 겨레의 마음과 주체의식을 고취하고
함양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의 고전중에서도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조 5백여년 동안의 국가활동과
국민생활에 관한 모든 상황을 총망라한 종합적 기록이다.

책 수가 무려 1천8백93권, 8백88책이나 되는 세계 최대의 역사기록 유산
이다.

이 "조선왕조실록"은 우리가 읽지 않으면 조선시대의 역사나 문화, 일반
민중의 생활상도 소상히 알수 없을만치 다양하고 풍부한 자료가 가득차
있으므로 한국사 연구에 기본자료가 됨은 말할 것고 없고 한국학 분야 전체와
사회과학 분야 등 인접 학문의 연구자들, 그리고 문화 예술 분야 전공자들
에게도 절대로 없어서는 아니될 사료의 보고다.

이러한 "조선왕조실록"은 그동안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난해한 순한문으로
돼 있어 소수의 전문직 중견학자들을 제외하곤 젊은 전문직 연구가들조차도
접근 자체를 꺼려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전문직 중견연구가의 전유물로 한계지어졌던 그 난해한
한문본 "조선왕조실록"이 모든 한국학연구자들에게 완전히 개방돼 각자의
관심과 연구 영역에 따라 자료로 이용될수 있게 함은 물론 역사적인 지식이나
문화적 교양을 쌓으려는 일반인들도 쉽게 활용할수 있도록 대중적 차원의
역사적 기록으로 바꿔 놓은 쾌거가 이뤄졌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민족문화추진회가 1968년 "세종실록"의 국역을 시작한
이래 26년만인 1993년말 총4백13권으로 완역 발간한 국역본 "조선왕조실록"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한국사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학 연구 전반의 작업능률을 제고 촉진
시킬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그러나 실록 국역의 결과로 한국사와 한국학 분야 전체의 연구를 위한 자료
활용 등의 여건이 많이 신장되었으나 색인 34책을 포함해 모두 4백47권이나
되는 방대한 "국역 조선왕조실록"은 전문직 종사자라 하더라도 전체를 읽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또 전질을 단시일에 읽는다 쳐도 정확한 사전정보가 없으면 자기가 필요한
내용을 뽑아 연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서울시스템(주)이 2년의 준비기간과 3년동안 수십억원의 방대한
예산, 수백명의 전문인력을 투입해 실록 전체의 내용을 단 3장의 CD롬에 담아
자료틀(데이터베이스)을 구축함으로써 이러한 문제점을 일시에 해소했다.

이 CD롬은 취급 보관이 대단히 간편하고 찾고자 하는 부분을 몇초만에
검색할수 있으며 슬기틀(컴퓨터)을 다룰줄 아는 이는 누구나 손쉽게 실용화
할수 있도록 연구개발했으니 이것이 바로 "CD롬 국역조선왕조실록"이다.

첨단 과학정보를 동원한 전자책의 간행으로 한국사나 한국학 분야 전반에
대한 연구가 보다 합리적이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심화 발전 확대될 것이다.

이미 역사학이나 인접학문의 학위논문에 이를 이용한 "조선왕조실록"의
자료 이용이 전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경제사 정치사 사회사 제도사 등이나 천문기상학 지리학 동식물학
약학 의학등 각 분야별 분류사의 연구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한국학 분야의 연구 성과물이 또한 한계단 높은 수준의 결과로
나타날 것은 명약관화하다.

"CD롬 국역 조선왕조실록"은 또한 문화 예술 과학 분야의 학문연구와 국사
사전 용어사전 인명사전 등의 편찬을 보다 활성화시킬 것이고 미개척 학문
분야의 연구를 촉진시킬 것이다.

이처럼 한국학을 위시한 사회과학 등 여러 분야의 학문연구와 각종 사전
편차이 고루 활성화되고 아울러 우리의 역사속에서 풍부한 소재를 끌어내
새문화 창조에 응용하게 되니 "CD롬 국역 조선왕조실록"이 한국학 연구와
이외 여러 학문에 기여함이란 이루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