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싶었습니다] 김진애 <서울포럼대표>..도시건축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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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출신 도시계획 환경설계학 박사이자
(주)서울포럼 대표인 김진애(44)씨.
지난 94년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21세기를 이끌 차세대 지도자 1백인
으로 뽑히면서 주목을 받아온 그가 최근 도시건축과 사회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 "우리는 호기심이 많지요!"를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도시건축 철학에서부터 현대건축에 대한 비판, 미래
도시에 대한 비전, 사회와 사람과 삶에 대한 의견까지 전문인으로 일을 하며
생각하고 느낀 점들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걷고 싶은 도시, 맛과 멋이 느껴지는 도시를 실현해 내는게 삶의 목표라는
그를 서울 논현동 서울포럼 사무실에서 만났다.
=======================================================================
[[ 만난 사람 = 고기완 사회2부 기자 ]]
-회사 운영에 눈코 뜰새없이 바쁘실 텐데 또 책을 내셨군요.
"지난 1년여동안 쓴 글과 최근 짬짬이 생각한 도시건축철학에 대한 글을
묶어낸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한 도시를 만들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느낌이 있는 건물을
지을까 하는 고민의 편린들이죠.
이 책에 딱딱하고 어려운 학문적 내용은 없습니다.
가급적 일상생활에서 느낄수 있는 도시건축의 개선점 등을 쉬운 말로 지적
하려 했습니다"
-도시설계 도시건축에 대해 뚜렷한 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책도 책이지만 강단에 서서 후배들을 양성해내는게 한국의 도시건축발전을
위해 좋지 않을까요.
"여러 대학에서 강사로 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초부터 이화여대 건축학과에 강사로 나가고 있습니다만 이번
학기를 끝으로 그만 두려고 합니다.
남을 가르친다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고 재주가 없는 것같기도 해서요"
-다소 딱딱한 얘기입니다만 우리 도시건축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마디로 걱정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한번 더 걸어보고 싶은 길이 없고 한번 더 가고 싶은
건축물이 없어요.
있다면 고궁이 고작이죠.
개발일변도의 경제발전에 열중하다보니 살아 숨쉬는 듯한 건물을 거의 짓지
못했어요.
권위주의적이고 상업적인 건물이 대부분이죠.
특히 건물의 상업성만 강조됐지 디자인 감각이나 개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건축주가 좋은 건물을 짓는 것이 후대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건축설계사들도 사명감을 갖고 건축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은 물론이고 수도권 일대에 아파트가 많습니다.
주택보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파트를 많이 지어야 하는게 현실이긴
하지만 도시미관 등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인데요.
"도시설계는 현실을 떠나서는 성립되지 않아요.
그렇지만 현실에 한계가 있다고 해서 우리가 지향해야할 미래의 모습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경기도 일대 아파트단지들은 전체적인 도시 기획없이
개별업체들이 나름대로 허가를 받아 짓는 난개발형태예요.
준농림지 개발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산밑에 아파트단지가 볼썽사납게 자리잡고 있는가 하면, 아파트를 지을수
없는 곳으로 여겨지는 논밭위에 고층아파트가 버젓이 지어지곤 했어요.
아파트단지를 개발하더라도 1백년앞을 내다보는 긴 안목으로 짓는다면
누가 뭐라 그러겠습니까"
-신도시 건설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갖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우리 정부는 신도시라는 말에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신도시라는 말을 쓰는 것조차 싫어해요.
그래서인지 전원형 택지개발이니, 중소규모 택지개발이니 하는 말들이
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도시개발을 그리 꺼려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앞으로 반세기동안 도시개발없이 현상태대로 지낼 수는 없는
일입니다.
미래를 생각하는 기획형 신도시를 만드는 것이라면 두려울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문제는 그 도시에 미래에 대한 비전이 담겨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신도시개발 못지 않게 낡고 무질서한 지역을 체계적으로 재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책에도 썼습니다만 도시의 재개발 재건축은 도시재생을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제가 고밀도개발, 특히 재개발 재건축을 싫어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의 도시상황상 고밀도개발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고밀도개발이 도시를 활력있게 만들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어디에 어떻게 누구를 위해 어떠한 규모로 짓느냐에 대한 뚜렷한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특히 하나하나 사업별로 결정해서는 안되고 도시 전체의 미래상에 걸맞는
기획개발을 해야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민간개발업자의 사업성과 조합측의 실익이 우선시될뿐
주변연계성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어떤 설계가 좋은 설계입니까.
"원론적인 얘기입니다만 고급스럽게 보이거나 튀는 설계, 독특한 설계가
좋은 설계는 아닙니다.
어떤 설계든 살아있는 건축이 가능한 설계라야 합니다.
즉 편안함을 주는 주택설계, 걷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도시설계가 훌륭한
설계이지요"
-인터넷에 주소를 개설했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4월1일 인터넷의 사이버공간에 아크포럼이라는 도시건축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www.archforum.com 입니다.
정보화 세계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고 도시건축에 대한 저의 열의와
관심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보자는 취지입니다.
다행히 지방의 여러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많은 대화를 나눌수
있어 좋습니다.
특히 일방적인 대화가 아닌 쌍방적인 대화라는 면에서 너무 좋아요"
-자녀들이 건축학을 하겠다고 하면 권하시겠습니까.
"아니오.
절대 반대입니다.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2대가 연속적으로 같은 일을 하면 유착이 생길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식이 같은 일을 하면 아무래도 부모가 도와주게 되고 그러다보면 좋지
않은 일도 생길수 있다는 생각이죠.그러나 손자 손녀가 하겠다면 굳이
말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나이 차가 많아 유착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2일자).
(주)서울포럼 대표인 김진애(44)씨.
지난 94년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21세기를 이끌 차세대 지도자 1백인
으로 뽑히면서 주목을 받아온 그가 최근 도시건축과 사회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 "우리는 호기심이 많지요!"를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도시건축 철학에서부터 현대건축에 대한 비판, 미래
도시에 대한 비전, 사회와 사람과 삶에 대한 의견까지 전문인으로 일을 하며
생각하고 느낀 점들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걷고 싶은 도시, 맛과 멋이 느껴지는 도시를 실현해 내는게 삶의 목표라는
그를 서울 논현동 서울포럼 사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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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 사람 = 고기완 사회2부 기자 ]]
-회사 운영에 눈코 뜰새없이 바쁘실 텐데 또 책을 내셨군요.
"지난 1년여동안 쓴 글과 최근 짬짬이 생각한 도시건축철학에 대한 글을
묶어낸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한 도시를 만들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느낌이 있는 건물을
지을까 하는 고민의 편린들이죠.
이 책에 딱딱하고 어려운 학문적 내용은 없습니다.
가급적 일상생활에서 느낄수 있는 도시건축의 개선점 등을 쉬운 말로 지적
하려 했습니다"
-도시설계 도시건축에 대해 뚜렷한 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책도 책이지만 강단에 서서 후배들을 양성해내는게 한국의 도시건축발전을
위해 좋지 않을까요.
"여러 대학에서 강사로 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초부터 이화여대 건축학과에 강사로 나가고 있습니다만 이번
학기를 끝으로 그만 두려고 합니다.
남을 가르친다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고 재주가 없는 것같기도 해서요"
-다소 딱딱한 얘기입니다만 우리 도시건축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마디로 걱정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한번 더 걸어보고 싶은 길이 없고 한번 더 가고 싶은
건축물이 없어요.
있다면 고궁이 고작이죠.
개발일변도의 경제발전에 열중하다보니 살아 숨쉬는 듯한 건물을 거의 짓지
못했어요.
권위주의적이고 상업적인 건물이 대부분이죠.
특히 건물의 상업성만 강조됐지 디자인 감각이나 개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건축주가 좋은 건물을 짓는 것이 후대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건축설계사들도 사명감을 갖고 건축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은 물론이고 수도권 일대에 아파트가 많습니다.
주택보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파트를 많이 지어야 하는게 현실이긴
하지만 도시미관 등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인데요.
"도시설계는 현실을 떠나서는 성립되지 않아요.
그렇지만 현실에 한계가 있다고 해서 우리가 지향해야할 미래의 모습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경기도 일대 아파트단지들은 전체적인 도시 기획없이
개별업체들이 나름대로 허가를 받아 짓는 난개발형태예요.
준농림지 개발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산밑에 아파트단지가 볼썽사납게 자리잡고 있는가 하면, 아파트를 지을수
없는 곳으로 여겨지는 논밭위에 고층아파트가 버젓이 지어지곤 했어요.
아파트단지를 개발하더라도 1백년앞을 내다보는 긴 안목으로 짓는다면
누가 뭐라 그러겠습니까"
-신도시 건설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갖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우리 정부는 신도시라는 말에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신도시라는 말을 쓰는 것조차 싫어해요.
그래서인지 전원형 택지개발이니, 중소규모 택지개발이니 하는 말들이
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도시개발을 그리 꺼려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앞으로 반세기동안 도시개발없이 현상태대로 지낼 수는 없는
일입니다.
미래를 생각하는 기획형 신도시를 만드는 것이라면 두려울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문제는 그 도시에 미래에 대한 비전이 담겨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신도시개발 못지 않게 낡고 무질서한 지역을 체계적으로 재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책에도 썼습니다만 도시의 재개발 재건축은 도시재생을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제가 고밀도개발, 특히 재개발 재건축을 싫어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의 도시상황상 고밀도개발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고밀도개발이 도시를 활력있게 만들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어디에 어떻게 누구를 위해 어떠한 규모로 짓느냐에 대한 뚜렷한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특히 하나하나 사업별로 결정해서는 안되고 도시 전체의 미래상에 걸맞는
기획개발을 해야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민간개발업자의 사업성과 조합측의 실익이 우선시될뿐
주변연계성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어떤 설계가 좋은 설계입니까.
"원론적인 얘기입니다만 고급스럽게 보이거나 튀는 설계, 독특한 설계가
좋은 설계는 아닙니다.
어떤 설계든 살아있는 건축이 가능한 설계라야 합니다.
즉 편안함을 주는 주택설계, 걷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도시설계가 훌륭한
설계이지요"
-인터넷에 주소를 개설했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4월1일 인터넷의 사이버공간에 아크포럼이라는 도시건축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www.archforum.com 입니다.
정보화 세계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고 도시건축에 대한 저의 열의와
관심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보자는 취지입니다.
다행히 지방의 여러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많은 대화를 나눌수
있어 좋습니다.
특히 일방적인 대화가 아닌 쌍방적인 대화라는 면에서 너무 좋아요"
-자녀들이 건축학을 하겠다고 하면 권하시겠습니까.
"아니오.
절대 반대입니다.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2대가 연속적으로 같은 일을 하면 유착이 생길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식이 같은 일을 하면 아무래도 부모가 도와주게 되고 그러다보면 좋지
않은 일도 생길수 있다는 생각이죠.그러나 손자 손녀가 하겠다면 굳이
말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나이 차가 많아 유착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