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신청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임창열 부총리는 2,3일 내에 구제금융 신청 여부를 결정짓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재경원 내부적으로는 이미 신청 자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스탠리 피셔 IMF 부총재가 서울을 다녀갔고 미국 정부는 "단독지원은 없다.
IMF틀 내에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구제금융은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MF의 구제를 요청하기까지 아직 남은 희망이 있다면 일본의 태도다.

정부는 일본에 대해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하겠다고 밝혀 일본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만일 일본이 충분한 자금을 그것도 신속하게 지원해 준다면 IMF 구제금융
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행히 일본은 대장성장관의 이름으로 한국정부의 지난 19일자 시장안정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고 자금지원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아시아통화기금에 여전히 미련을 갖고 있어 미국과는 상당한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단독으로 지원한다고 해도 규모는 1백억달러 내외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결국은 IMF체제내에서의 지원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현재
로서는 거의 99%다.

또 정부는 IMF의 지원이 장기적으로는 우리경제의 구주조정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IMF지원을 굳이 치욕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정부는 스탠리 피셔 IMF 부총재와 구제금융의 지원조건에 대한 협상에
착수하는 등 구제금융 신청을 대비하고 있다.

어떻든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이는 경제분야에 대한 사실상의 신탁
통치가 시작되는 것이며 한국의 금융 산업은 법정관리나 다를 바 없는
관리를 받게될 것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우려된다.

IMF는 지원조건으로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고 올들어 이미
구제금융을 실시한 태국이나 필리핀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경제구조개혁을
요규해 왔다.

결국 기업과 가계, 금융기관과 소비자들 모두가 일정부분의 희생을 감내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당장 금융기관들에 대한 영업중단 조치를 비롯해 경우에 따라 일부 은행과
종금사에 대한 과감한 폐쇄조치까지 조건으로 거론되고 있는 정도다.

또 경제성장율에 대한 간섭은 물론이고 국내기업 정책 기업들의 경영구조
등 다양하고도 엄격한 조건들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 일부 관계자들은 고속철도, 영종도 공항 등 일부 국책사업들에
대해서도 IMF가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떻든 대기업 연쇄 부도와 주가붕락, 외환위기의 누적적인 악순환이
계속된지 6개월여만에 한국경제는 국제적인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자초하고 말았다.

문민정부 5년의 경제와 경제운용은 이로써 허망한 최후를 맞고 있다.

21일에는 청와대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렸고 22일에는 대통령이 또
하나의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보부도, 기아사태, 부도협약, 한은특융, 부실채권, 주가붕괴, 원.달러
1천원 돌파, 금융기관들의 외환부도 등 걷잡을수 없는 상황의 악순환을
연출한 끝에 결국 우리경제 전체가 IMF로 대표되는 국제적인 공동하에
놓이는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