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으나
미드웨이 전투에서 막강한 일본 전함들이 미국 함재기들에 의해 여지없이
침몰되면서 하늘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제패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또한 지난 91년의 걸프전쟁은 이라크 공군기가 미국의 공격으로 궤멸되는
것을 피해 아예 이란으로 피해야 했을 정도로 제공권의 중요성을 재확인해
준 사례였다.

소련은 스푸트니크 위성을 세계 최초로 궤도에 쏘아올림으로써 우주시대를
열었으나, 아프가니스탄의 내전에서 반란군들의 휴대용 스팅어 미사일에
의해 제공권이 무력화됨으로써 패전하자,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되어
마침내 15개 공화국으로 와해되었다.

이와 같이 제공권과 이를 뒷받침하는 항공우주산업은 15세기 화약혁명과
비견할만한 지각변동으로 한나라의 운명을 좌우하고 역사적 대세를 가름하고
있다.

이러한 항공우주산업의 중요성으로 영국은 일찌감치 경쟁력이 약한 국내
항공산업들을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였고, 독일은 DASA, 프랑스는
에어로스페셜로 통합중이며, 미국도 보잉과 MD가 합병하였다.

또한 군용기 시장에서도 록히드가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항공부문을 인수
하고 마틴사를 합병함으로써 마침내 단일화되었다.

그렇다면 중규모국가인 한국이 어떠한 국가전략을 세워야 하는가는 자명해
진다.

첫째 그동안 항공우주산업에서 키워온 제한된 힘을 결집시키기 위해서
항공우주산업을 통합하여 단일회사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책임경영이 가능해지고 사업추진력이 생길 수 있으며 국가재정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모든 제품의 설계.조립.판매는 신설된 국민기업이 맡고 민간기업들은 국제
입찰을 통해서 경쟁력있는 부문만 선별적으로 하도급을 맡음으로써 국력을
결집시키고 최종제품이 수출경쟁력을 갖추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기종 선정에있어 기술력과 자본력 및 판매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수출경쟁력있는 틈새시장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포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무인항공기, 크루즈미사일 및 지대공 미사일은 우리의 능력으로
개발할 수 있는 분야이다.

세계적으로 대형업체들이 경영압박으로 흡수-합병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걸프스트림이나 캐나다의 봄바르디어와 같이 중소형기로 특화한 회사는 정부
지원없이도 흑자경영을 하는가 하면, 인도네시아의 IPTN과 같이 방만하게
경영한 회사는 1976년부터 2백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정부의 온갖 특혜와
지원을 받고서도 국가예산만 낭비할 뿐 여전히 자립하지 못하고 있음을 상기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차세대 기종의 개발보다는 F-16기를 추가 생산하여 생산단가를
낮추고 기술을 철저하게 흡수하도록 해야 한다.

왜냐 하면 이제 전투기는 기계적 성능보다는 가격과 여기에 장착하는 전자
운항장비 및 무장체제의 성능이 더 중요해졌으므로 첨단 무장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신기종보다 더 전투력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F-16은 세계적으로 4천여대를 생산하여 많은 나라들이 아직도
주력기로 쓰고 있는 만큼 개발비가 이미 회수되었으므로 가격이 F-15의
절반수준이고 F-22의 5분의1에 불과할뿐 아니라 신뢰도가 더 높고, 보유
기종을 단순화시킴에 따라 부품재고 유지비 및 고정비 등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도 20년이상 사용해 온
F-16을 개량하기 위해 MLU(Midlife Update)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넷째 현재 추진중인 중형기 프로젝트는 경쟁이 덜 치열한 50인승으로
축소하되 신규개발계획보다는 기존사를 인수하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을 얻을 수 있어 훨씬 경제적이다.

만일 지금 추진하는바와 같이 설계와 조립을 외국회사에 맡기고 어깨
너머로 배우겠다면 중형기 개발의 본래 취지였던 설계에서 조립 및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직접 경험은 얻지도 못하고 국고만 낭비하게 될 것이다.

다섯째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항공운항의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단거리운항을 위해 현재 89개의
군비행장중 전략적으로 필요한 곳을 민간공항으로 개방해야 한다.

김포에서 김해까지 50분정도 비행기를 타기위해 2시간이 더 소요되는 현
시점을 고려해 볼때 서울공항 및 그밖의 공항들은 민간공항의 활용측면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효과없는 항공우주의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위성발사에서 운영 회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개발할 능력이나 필요가
없다.

경제적으로 타당성있는 분야를 설정하고 제한된 범위내에서 실용화시켜야만
한다.

항공우주산업은 현재 상태로는 기술축적이 미약하여 국민과 정부의 확고한
개발의지와 현명한 국가전략이 없는한 독자적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의 능력에 맞는 정책목표를 설정하여 힘과 지혜를 모아 우리의
약점을 커버하고 장점을 최대한 살려 21세기 항공우주산업의 선진국 대열에
진입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