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연극 (Camera Lens Theatre)을 표방하는 다소 이색적인 무대가
만들어진다.

화제의 연극은 극단 몸이 28~12월28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링".

카메라연극이란 보편적 이미지가 전체적으로 제시됨과 동시에 그런
이미지 중 특정 부분이 클로즈업되는 연극 기법.

영화나 TV에서 어느 한 부분이 클로즈업돼 전체 이미지를 설명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연극은 주인공 기찬의 권투시합을 배경으로 고아원에서 만난
4남매의 일상이 권투시합의 라운드가 진행될때마다 순차적으로 보여지는
그런 구조를 갖고 있다.

고아원에서 자란 기찬은 세계라이트웰터급 챔피언 산체스와 힘겨운
도전전을 벌인다.

기찬은 이 시합에서 챔피언을 통쾌하게 누임으로써 고아원 남매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지만 번번이 상대의 주먹에 다운을 당한다.

링위에서 기찬은 상상속의 대화를 통해 남매들의 과거를 이야기한다.

주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법대에 진학하지만 도벽때문에 사람까지
죽이고 사형대에 오르는 형 기철.

그에게 글러브를 사 주려고 껌팔이를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뇌성마비 환자 누나 기숙.

기찬의 사랑을 외면하다 깡패 동수에게 버림받고 가수로서의 꿈까지
접게되는 막내 기연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흐른다.

마지막 무대는 사람들의 귀가길.

모두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든다.

해가 다시 뜨고 사람들은 일상을 반복한다.

통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화면의 전체 프레임이며 이중 링위에서의
사투가 카메라 렌즈의 가운데에 위치한다.

링위에서의 권투시합이 작은 액자라면 그 액자를 구성하는 것은 남매들의
진부한 일상이다.

전체 이미지와 극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이미지가 서로 통하는 구조가
이 연극의 특징이다.

동아시아 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 1위, 96년 미국 애틀란타 올림픽
국가대표로도 출전한 아마추어 복싱선수 한형민이 산체스로 나와 극의
리얼리티를 살리며 김신일 박주홍 박유선 김지성이 주인공 4남매역을
맡는다.

문의 745-4596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