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출제경향을 놓고 말들이 많다.

3백점이상이 양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수능시험이 중학교 연합고사
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예년에는 그만큼 수능 3백점에 특별한 의미가 부여돼 있었다.

한 반에서 1,2명이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귀한 점수였고 상위권의 인기
학과 입학티켓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올해는 이러한 3백점짜리가 10만명 가량 쏟아질 것이라는 소식이다.

예년의 2백45점수준인 3백점대중화시대가 열렸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입시와 별로 관계없는 사람들도 출제가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일선고교에서는 진학지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각 점수대별로 진학지도를 할 수 있었으나 올해는 전혀
감조차 잡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시험출제기관인 국립교육평가원의 입장은 확고하다.

망국적인 과외를 없애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수능시험은 더 쉽게 출제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부 혼란과 비판이 있다해서 이런 방침을 결코 바꾸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말대로 된다면 학생들은 굳이 과외를 받지 않아도 학교공부만 충실히
하면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학교교육이 정상화될 수도 있다.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에 매달리다 공부자체를 포기해버리는 학생들의 수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대학들이 천편일률적인 성적위주의 신입생 선발방식을 바꾼다면
교육환경이 훨씬 개선되지 않을까.

국제통화기금(IMF) "신탁통치"로 더욱 허리띠를 졸라야 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사교육비줄이자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런 점에서 수능시험을 쉽게 출제키로 한 방침은 교육개혁의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한은구 < 사회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