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형편이 말이 아니다.

종합주가지수는 이미 10년전인 지난 87년 하반기 수준으로 되돌아 갔으며
24일에는 거래가 이뤄진 전체 주식중 90.5%인 8백25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불확실성 정도가 아니라 "증시공황"이라는 말이 별다른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는 한심한 처지가 되어버렸다.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파산,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처지가 되어
버렸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떤 기업이 법정관리나 화의신청을 할 경우 주가가 폭락세를 면치 못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볼수 있다.

"주식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
증권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얘기이다.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주가가 상당폭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IMF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외환사정이 좀 나아지고
또 나라 자체가 파산하는 것은 면할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바로 회생할 수는
없지않느냐는 생각탓이다.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의 재도약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에나 기대할수 있는 일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앞으로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찾아올 가능성이 높은 경제성장세의 위축
이나 한계기업의 대량 정리, 고물가 고금리현상 등은 모두 단기적으로는
악재가 될수 있다.

이에 따라 당장 눈앞에 닥친 내년은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증권시장도
"스산한 한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최근 증시에서는 거래가 그런대로 만만찮게 이뤄지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24일에는 주가폭락과 함께 거래 역시 3천2백64만주로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지난 21일에는 6천9백89만주의 거래가 이뤄졌다.

전장뿐인 22일에도 거래량은 4천4백58만주에 달했었다.

최근의 주식거래량은 증시 주변분위기나 주가 폭락사태에 비해서는 결코
만만찮은 편이다.

이같은 거래규모는 일부 외국인 매수세의 재유입및 폭락이후의 기술적인
반등을 의식한 단타매매 기대감과 함께 실명제 보완문제 등 특단조치 가능성
에 대한 기대감 탓으로 증권관계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물론 최근 금융실명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나오고 또
대선주자로 나선 3명의 주요후보들이 모두 자신이 집권하면 실명제를 보완
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어떤 방식이든 실명제에 손질이
가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요즘의 주변분위기로 볼때 이같은 기대감을 바탕으로 단기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부담이 지나치게 큰 것같다.

정석투자를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요즘과같은 혼돈의 시기에는 막연한 불안감
이나 기대심리를 모두 떨쳐버리고 좀 더 참고 기다려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기회는 위기와 함께 온다"는 투자격언도 옳은 얘기이기는 하겠지만 "소나기
는 피해가라"는 말도 주의를 기울여 볼만하다.

< 증권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