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사의 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었다.

임창열 부총리겸 재경원 장관이 여타 금융기관에 앞서 24일 종금사 사장단
과 간담회를 가진 것도 종금사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11개 종금사 대표들이 최근건의키로 한 구조조정시기의 신축적인 연장은
생각하기도 힘든 분위기이다.

<>외환업무 영업정지=재경원은 이미 구조조정의 칼날을 뽑았다.

대상은 외화자금난을겪는 12개 종금사.

재경원은 지난 22일 해당 종금사 관계자를 불러 외환개선명령이라는 칼날을
내밀었다.

경남 삼양 한길 고려 한솔 LG 영남 금호 대한 삼삼 신세계 경일종금 등은
연말까지 외화자금난을 자체해결 못하면 내년1월부터 신규외환영업을 정지
당할 처지가 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종금사 사장은 "외화부도 위기를 넘기기 위해
한국은행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이제 하지도 말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었다"
고 간담회 분위기를 전했다.

종금사는 차입금 결제용 달러를 사기 위한 원화 확보를 위해 자금회수도
할수 없게 됐다.

임부총리가 이날 기업에 대한 여신회수 자제를 강력히 요청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종금사에 대한 원화및 외화대출회수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자금줄마저 막힌 셈이다.

문제는 LG 한솔 신세계 등 대기업 계열종금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체
해결능력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무더기 외환업무 영업정지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해당 종금사들은 이날 임부총리와의 간담회 직후 사장 주재로 임원회의를
갖고 외환영업 포기검토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한길과 경남은 성원토건으로 대주주가 같아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 소재 종금사인 대한과 삼삼은 외환영업 포기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지만 자칫 신뢰도 추락으로 원화영업에도 타격을 줄까 주저하고 있다.

정부는 망설이는 종금사에 결단을 재촉하고 있다.

종금사에 외환영업 포기를 의미하는 외화자산및 부채의 연내 일괄양도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윤증현 금융정책실장은 이날 "종금사 외화자산을 인수할 은행을 중재해
주겠다"는 적극성을 보였다.

실제국민은행등 상당수 은행들이 재경원으로부터 부실종금사 인수의사를
타진 받았다.

이에따라 이들 은행은 종금사 신용자료수집에 나서는 등 정부 강요로
종금사를 떠안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일단 외환영업만을 양도받는다 해도 장차 해당 종금사를 통채로 인수해야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 보유 외화자산을 팔아서 자구를 하라는 것은 한국을 봉으로 만드는
것이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헐값에 사려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종금사
대외부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해줘야 한다"는 불만과 건의가 수용되긴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외화부실종금사가 구조조정 영순위라는 예측이 현실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7-8개사는 인수합병 불가피=종금사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자산부채
실사는12월초부터 시작된다.

1월말까지 진행될 이 실사에서 최하위등급(C)을 받는 종금사는 강제 통폐합
대상에 오르게 된다.

재경원은 실사를 상대평가로 하겠다고 밝혀 7-8개사가 C등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실사가 끝나기 전에도 부실이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난 종금사는
영업정지가 불가피하다는게 재경원 입장이다.

재경원은 실사기준이 은행의 부실여신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고정여신 회수의문여신 추정손실등으로 세분화 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법정관리중인기아그룹에 대한 채권의 부실여신 포함여부를 곧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재경원은 종금사에 "공짜 돈을 받을 생각은 말라"고 밝혀 특별자금을
지원받는 종금사도 강도높은 구조조정의 대상에 오를 것임을 강력히 시사
했다.

<오광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