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IMF의 긴급지원으로 금융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는다해도 과거와
같이 "떠오르는 용"으로 대접받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소위 "타이딜레마"로 규정받아온 정치불안 빈부격차 민족자본의 부재 등이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한국과 태국은 경제의 토대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태국은 국내정치가 불안한 대표적인 국가다.

이미 바트화폭락이후 방콕시내는 시민들의 한바탕 시위로 극도의 혼란상황
을 보인 바 있다.

차왈릿 용차이윳 총리는 집권 1년만에 "재물"로 정권을 상실했고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추안 릭파이가 이끄는 연정이 구성된 상태다.

새롭게 연정이 구성됐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연정이 민주당 사회행동당 프라차콘타이당및 4개군소정당으로 이뤄져 있어
국민들의 민심흐름에 따라 이합집산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방콕시민들은 과거부터 "정치참여"가 활발해 경제의 위기국면을 좌시하지
않는 특징을 보여 왔다.

인구1천만의 방콕은 중산층이 형성될 만큼 산업화된 사회지만 지방으로
가면 쉽게 농경사회의 풍경을 볼 수있는 나라가 태국이다.

즉 도농간의 빈부격차가 심하다.

지난해 총선에서 차왈릿의 신희망당이 최대의석을 차지할 때도 지방민들은
자신의 한 표를 푼돈에 팔아넘겼다는 얘기가 정설일 정도로 지방의 민도가
낮은 상태다.

이같은 극심한 빈부의식격차는 내정을 불안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태국은 또 동남아국가중에도 특히 민족자본이 없는 나라에 속한다.

그나마 민족자본으로 분류할 수있는 자본은 화교계자본이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는 강력한 권력을 바탕으로
"없는 살림"에서도 국가재원과 경제적 특권을 특정기업에 줌으로 해서
강력한 "재벌형" 기업을 키워내고 있다.

그러나 태국정부는 전통적으로 외자에 관대한 자세를 보여 왔으며 특히
일본자금의 위력은 태국에서 거의 절대적이다.

한편 이같은 내재적인 딜레마 외에도 태국의 금융위기가 제품의 국제(가격)
경쟁력이 중국같은 후발국에 밀리면서 나타난 수출부진이 하나의 원인
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즉 IMF의 자금지원 이후에도 경제구조를 고부가가치생산체제로 전환하지
않는 한 태국은 과거같이 저임에 기초, 수출호황을 누릴 수 있는 호락호락한
환경속에 있지 않은 것이다.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