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닛케이평균주가가 개장후 1시간이 지나기가 무섭게 1만6천엔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닛케이주가는 전날에 비해 8백54.05엔(5.11%)이나 폭락한 1만5천8백67.53엔
으로 폐장했다.

투자의 마지노선으로 통하는 1만6천엔대가 무너진 것이다.

도쿄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엔화값이 전날 1백25엔대에서 1백28엔대로
떨어졌다.

야마이치쇼크가 연휴후 3일만에 열린 도쿄금융시장을 강타한 것이다.

해외쪽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주식을 현물거래중인 영국점두주식시장에서는 24일
개장과 동시에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닛코증권 사쿠라은행 등이 5%정도 떨어졌다.

업계선두인 노무라증권과 도쿄미쓰비시은행도 5%에서 10%정도 떨어졌다.

런던의 일본국채현물매매도 대폭 줄어들었다.

유러달러의 은행간 거래시장에서 유럽 및 미국은행들이 요구하는 추가금리
(재팬프리미엄)도 0.5%로 0.0625%포인트가 올랐다.

야마이치쇼크는 이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뉴욕 아시아주가의 하락까지 부추겼다.

엔화환율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트리플 야스(주식 채권 엔의 동시 폭락)가 몰아닥쳐서는 안되는데"

"일본발 세계동시주가폭락은 없어야 할텐데"...

일본은행의 특융지원결정, 하시모토총리의 재정지원검토지시 등으로 인해 "
혹시나"하던 기대가 "역시나"로 끝나고 만 것이다.

정부의 고단위처방노력이 약효가 전혀없을 정도 일본금융산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엄청난 불량채권으로 인한 경영부실화에다 주가폭락까지 겹치면서 일부
금융기관들이 단기자금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장부외 부채사건으로 해외금융기관들의 불신감이 커지면서 해외자본조달도
더욱더 빡빡해지고 있다.

야마이치 등의 연쇄도산으로 본격화된 이같은 금융불안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증권업계.

야마이치계열의 다이헤이요증권(도쿄증시1부 상장)을 비롯 나이가이 주오
야마마루 교리쓰 등 직계 5개사는 대주주의 파산으로 직격탄을 받을 전망
이다.

이들 계열사에 대한 야마이치그룹의 출자비율은 40%에서 최고 80%에
이르고 있다.

다이헤이요의 경우 전환사채를 담보로 야마이치로부터 1백76억엔의 국채를
차입하고 있다.

실적부진으로 빅뱅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온 증권회사들의 연쇄도산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감량경영에 나서고 있는 간카쿠를 비롯 야마타네 신니흔 증권 등이 위험
상태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야마이치의 파산으로 4대증권체제가 무너진데 이어 증권업 전체의 판도
변화가 초읽기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은행쪽에서도 경영이 위기를 맞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후지은행이 같은 휴요그룹인 야마이치의 긴급자금지원요청을 거절한 것이
바로 이를 증명한다.

1조7천억엔에 이르는 눈덩이 불량채권에다 주가폭락에 따른 평가손발생으로
다른 회사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조기시정조치에 대비한 자산조정을 위해 야마이치의 주거래은행으로서의
임무를 포기하고만 셈이다.

다른 은행들도 똑같은 상황이다.

최고 2조엔에 이르는 불량채권부담으로 심한 경영난에 빠져있다.

대출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투자신탁 투자고문 파이낸스 등 비은행계 회사들도 모기업인 은행 증권
회사의 경영불안으로 이미 연쇄도산의 태풍권에 들어와있다.

이같은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대장성은 전매특허인 일은특융과 재정
지출 등 고단위처방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불량채권이라는 버블유산으로 발생한 금융시스템붕괴를 치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일본의 금융빅뱅은 피할 수 없는 시대상황인 것 같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