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져 들었다.

시장금리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종금사들은 외화부도위기에 이어 원화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

초일류기업들마저 자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금리 금액 기간" 등 "3불문"하고 자금을 구하러 나서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한국은행에서 무차별적으로 돈을 풀고 있지만 돈흐름은 꼭 막힌 상태다.

이같은 현상이 야기된 직접적인 원인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요청이다.

통화긴축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현대 삼성 LG 등 초우량기업마저
무차별적인 자금가수요에 나섰다.

종금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임박함에 따라 은행들마저 종금사에 콜공급을
꺼리고 있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외환위기및 증시붕락과 함께
총체적인 금융공황이 야기될 것이란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금리만 천정부지로 치솟을뿐 돈이 돌지 않는다=모든 시장금리가 아예
"상승직선"을 그리고 있다.

회사채수익률(3년)은 이날 연 17.60%를 기록, 전날(연 16.05%)보다
1.55%포인트 상승했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난 21일(연 14.50%)에 비해 무려
3.1%포인트 뛰어 올랐다.

91일만기 CP(기업어음) 할인률도 연 19.80%까지 상승, 연 20%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루짜리 콜금리만이 한은의 무차별적인 자금공급(26일 5조7천억원, 25일
1조원)으로 연 15%대에 머물고 있지만 은행권에서만 맴돌고 있을뿐 종금사
등 제2금융권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종금사들이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외환시장에서 달러화매입을 위해
원화를 끌어들이던 종금사들이 한계에 부닥쳤다.

특히 정부가 대한 삼삼 한솔 등 12개 종금사에 대해 "외화안정명령"을
내리고 강제적 인수합병(M&A)를 추진함에 따라 종금사의 신용도는 땅에
떨어졌다.

이런 현상은 지난 24일 극대화됐다.

은행들은 이들 12개 종금사를 포함, 종금사에 대한 콜공급을 거부했다.

이에따라 10개 종금사가 이날 자정까지 1조4천억원의 돈을 막지 못했다.

재경원에서 부랴부랴 "종금사가 발행 또는 보증한 어음및 어음관리계좌
(CMA)에 대해서는 지난 19일부터 원리금전액을 소급해 보장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 급한 불을 끄기는 했다.

재경원은 25일 종금사가 은행으로부터 콜자금을 빌릴때 담보로 제공하는
발행어음도 정부가 지급보증키로 하는 등 종금사부도 진화에 나섰다.

은행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을 "종금사의 사실상 부도"라고 규정짓고 있을
정도다.

종금사들이 이처럼 막다른 상황에 몰린 것은 외화자금난이 해소되지
않은데다 정부의 M&A 방침으로 수신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어서다.

그동안은 은행들로부터 콜차입(총규모 8조-9조원)과 은행당좌대출을 통한
기업예금으로 버텨 왔지만 이제는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일부 종금사에서는 아예 자포자기, 외화자금 결제마저 포기하는 현상도
초래되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가수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IMF 구제금융이 들어오면
재정및 통화긴축을 단행할수 밖에 없고 그렇게되면 시중유동성이 부족해질
것으로 판단한 기업들이 앞다투어 자금가수요에 나서고 있다.

현대 삼성 LG 대우 쌍용그룹마저 회사채와 CP발행을 통한 중장기자금차입에
혈안이다.

그러나 매수세력이 없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25일에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대우기전 등 초우량기업이 1천8백20억원의
회사채발행에 나섰으나 대우기전물량 2백억원만 소화되는데 그쳤다.

지난 24일에도 2천5백억원의 발행물량중 LG유통과 현대자동차 등 1백억원만
소화됐을뿐 나머지는 발행을 거둬들여야 했다.

초우량기업들마저 회사채발행이 안되는 상황이다보니 중견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종금사에 이어 은행들마저 30억원이상의 거액여신을 사실상 중단해 버려
한동안 잠잠하던 기업연쇄부도 우려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영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