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소리에 귀먹고
번개 불빛에 눈멀어
밤새 몸부림치던 마음이
해아침 마당귀에서
나팔꽃을 본다

한 허리 다치지 않고
막 피어나는
애기 살웃음을 달고
흙담을 타고 오른다

폭우가
네 거친 숨결 속에 돌아
꽃잎 속에
비이슬이 되었구나

시집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