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조세연구실장 >

경제단체와 민간연구소들이 수차례 종합대책의 필요성을 지적했지만 정부는
거시경제지표가 건실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경고를 무시해왔다.

이런 가운데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 새정부는 정권초기에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사실 경제위기의 조짐은 뚜렸했었다.

사상 최대규모의 기업 연쇄부도, 부실채권의 기하급수적인 증가, 대외
신인도의 추락, 실물투자의 급감, 교역조건의 악화, 환율의 지속적인 상승
등이 위기의 도래를 예고했었다.

그러나 정부가 취한 조치는 적었고 내놓은 대책도 대부분 뒷북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새정부는 실기하는 일이 없도록 민간과의 대화채널을 항상 열어두어야
할 것이다.

현 경제위기의 심각성은 경기순환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다는데 있다.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구조적인 문제를 고쳐가는 두가지
숙제가 새정부에 고스란히 넘어가는 셈이다.

어쨌든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세계 10위권
진입을 목전에 두고 밀려나 2류국가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새정부가 민간이 건의하는 정책과제를 하나도 빠짐없이 곧바로 실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기업들의 자구노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각종 규제를 한꺼번에 없애기
위해 구조조정촉진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긴요한 과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