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사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 주도로 8개 종금사의 외화자산 부채가 7개 은행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종금사의 외환영업부문이 은행과 전격 합병된 셈이다.

은행으로 넘어가는 8개 종금사의 외화자산은 총 36억4천8백만달러에 이른다.

재정경제원은 25일 대한종금의 외화 자산및 부채는 국민은행이, 삼삼종금은
조흥은행, 경남종금은 산업은행, 한길종금은 외환은행, 고려종금은 기업은행,
삼양종금은 주택은행, 경일과 영남종금은 한일은행이 각각 인수하는 것으로
명령하다시피 구두통보를 했다.

이에따라 이들 종금사는 빠르면 26일부터 외화채권 투자등 신규영업을 위한
외환업무가 정지된다.

기존차입금을 갚는데 들어가는 외화의 조달이나 과거에 해준 리스의 관리
정도만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사실상 외환영업 정지인 셈이다.

이들 8개 종금사 가운데 대한 삼삼 경일종금 3개사는 작년 7월 외환업무를
시작한지 1년여만에, 나머지 5개사는 94년7월이래 3년여만에 다시 예전의
단기영업위주의 투자금융사로 되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번 조치로 정부는 투자금융사에 대해 철저한 심사를 하지 않고 무더기로
외환영업을 허가해준 뒤 감독을 소홀히 해 부실종금사를 양산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비난에도 불구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금융시장
혼란의 진원지로 지목받고 있는 종금사의 외환영업권 박탈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밀어부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IMF구제금융 요청으로 IMF가 조만간 부실금융기관 정리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여 그 전에 우리 정부가 직접 구조조정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간섭을 최소화 하기 위한 것도 서둘러 종금사의 외환영업부문을
은행에 강제합병시킨 이유중의 하나로 풀이할수 있다.

재경원은 지난주말 외환개선명령을 내린 12개 종금사로부터 당초 26일까지
자체개선안을 받아 처리방침을 확정 지을 계획이었으나 하루 앞두고 강제
합병을 결정한 것이다.

재경원의 윤증현 금융정책실장은 "종금사보다는 은행이 외화부채를 갚을수
있는 능력이 낫기 때문에 은행이 종금사외화자산을 인수토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선정된 8개사는 연말까지 외화자금난을 자체 해결하기 어렵다고
정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환영업부문 강제합병 대상에서 빠진 종금사는 LG 한솔 금호 신세계종금 등
4개사로 모두 대기업계열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LG 한솔종금의 경우 내달중 각각 4억3천만달러와 2억달러를 리스자산
유동화로 조달할 예정이고 신세계종금은 1억달러의 외화자산 가운데
4천2백만달러를 연내에 매각할 계획이다.

물론 이번 조치에 일부 종금과 은행이 반발하고 있긴 하다.

심지어 일부은행은 강제로 짝짓기 당한 종금사의 외화차입금을 대신 갚아
줄테니 외화자산을 떠안게 하지 말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방침이 확고한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종금사 외화자산및 부채의 은행으로의 일괄양도는 사실 구조조정의 시작일
뿐이다.

내년 1월말까지 진행될 종금사 실사 결과 매겨질 A B C등급 가운데 C등급을
받는 종금사 역시 은행및 증권사 또는 타 종금사와의 강제통폐합 대상이
된다.

정부는 7~8개 종금사가 이같은 조치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외환업무를 중단하게된 8개 종금사의 경우 원화영업을 계속하긴
하지만 신용도 추락으로 원화영업에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일부 지방종금사의경우 통채로 은행에 인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따라 대주주가 성원토건으로 같은 경남과 한길종금은 은행에 피인수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합병을 통한 생존전략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