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실명제 빨리 보완하라..김한응 <금융연수원 부원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금 경제는 위기에 빠져있고 국민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때에 금융실명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정부는 이에 대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얼마전 모일간지가 금융실명제의 폐지여부에 관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폐지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49.1%,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42.1%로 폐지를
찬성하는 쪽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실명제는 원래 돈이 있는 부패한 자들을 징벌하기 위한 것으로 인식
되어 일반국민들로부터 대단한 지지를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실명제가 실시된지 4년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영세
상인 영세기업가와 같은 사람들이 금융실명제로부터 더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느끼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이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학력이 낮은 30대와 40대, 그리고 자영업과 농림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더 금융실명제의 폐지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은
이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론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문민정부에서는 "금융실명제가 있는
데도 부정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데 실명제가 없었다면... 기가 막히는 일이
더 많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금융실명제에 대해 어떤 개선조치도 취하려
하지 않고 있다.
금융실명제가 부정부패를 막아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득이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기 전인 1993년 4월께에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난에 실었던 필자의
이야기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때 필자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함으로써 부정부패를 완전히 척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국이 19세기초에 금주법을 시행하면 미국전역에서
범죄가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였다.
금주법의 시행후 미국에서는 범죄가 오히려 더 많아졌는데 그것은 금주법
때문에 범죄로 취급받지 않을 수 있었던 행위까지도 범죄로 취급된데에
상당한 원인이 있었다.
금주법이 시행된 후에도 범죄는 줄어들지 않았고 또 이 법은 개인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금주법은 점차 그 설
땅을 잃었고 1930년대에는 미국전역에서 금주법이 흔적조차 없어지고 말았다.
금융실명제의 당초안은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컸었으나 그 후 다행히도 개인예금에 관한 비밀을 보장해 주는 쪽으로
수정되었다.
요즘 금융실명제를 지키려는 분들은 개인예금에 관한 비밀을 보장해 주는
것이 금융실명제의 "불가분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실명제가 막
실시되었을 즈음에는 이 비밀보장조항 때문에 금융실명제가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여 부정부패가 없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 분들이 많았다.
어쨌든 현재의 금융실명제는 국민의 기본권인 사생활의 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원칙과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생활은 침해되어도
좋다는 원칙을 어물쩍 섞은 결과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렇게 잘 타협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부패는 없어지지
도 않았고 경제에 유해한 결과만 초래되었다.
특히 국민여론이 그것도 문민정부의 지지기반이라고 생각되었던 평범한
사람들이 실명제의 폐지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금융실명제가 없이는 부정부패를 방지할 다른 수단이 없다면 국민들의
이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수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서양의 격언이 말해주듯이 권력만이 부패하는 것이다.
평범한 시민들은 부패할래야 부패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진리를 모르고 금융실명제를 고집하는 것은 마치 음주운전을 방지
하기 위해서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술을 먹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음주운전을 방지하려면 운전하는 사람만, 그것도 운전할때만 음주를 금지
하는 것이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인정하는 정부가 취할 자세일 것이다.
부정부패의 방지는 권력에 가까운 정치인 관료 등을 감시감독하는 법,
예컨대 정치자금법 부정부패방지법과 이 법을 집행하는 기구를 하나 설치
하면 그것으로 거의 해결될 수 있다.
무엇때문에 부정부패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평범한 시민들의 경제활동
까지를 구속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이며 이 어려움이 금융실명제에 연유
한다는 증거가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문민정부 스스로도 금융실명제를 실시할 때에 이것이 경제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 예컨대 증권시장의 불안정, 중소기업 등의 자금난 등을
시인한 점을 잊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문민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사태가 사실로 나타났고 이에대한
대책으로는 금융실명제를 폐지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결자해지라는 말도 있는데 국민을 위해 문민정부는 마지막으로 봉사할
용의는 없는지 묻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8일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때에 금융실명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정부는 이에 대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얼마전 모일간지가 금융실명제의 폐지여부에 관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폐지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49.1%,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42.1%로 폐지를
찬성하는 쪽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실명제는 원래 돈이 있는 부패한 자들을 징벌하기 위한 것으로 인식
되어 일반국민들로부터 대단한 지지를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실명제가 실시된지 4년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영세
상인 영세기업가와 같은 사람들이 금융실명제로부터 더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느끼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이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학력이 낮은 30대와 40대, 그리고 자영업과 농림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더 금융실명제의 폐지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은
이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론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문민정부에서는 "금융실명제가 있는
데도 부정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데 실명제가 없었다면... 기가 막히는 일이
더 많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금융실명제에 대해 어떤 개선조치도 취하려
하지 않고 있다.
금융실명제가 부정부패를 막아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득이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기 전인 1993년 4월께에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난에 실었던 필자의
이야기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때 필자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함으로써 부정부패를 완전히 척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국이 19세기초에 금주법을 시행하면 미국전역에서
범죄가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였다.
금주법의 시행후 미국에서는 범죄가 오히려 더 많아졌는데 그것은 금주법
때문에 범죄로 취급받지 않을 수 있었던 행위까지도 범죄로 취급된데에
상당한 원인이 있었다.
금주법이 시행된 후에도 범죄는 줄어들지 않았고 또 이 법은 개인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금주법은 점차 그 설
땅을 잃었고 1930년대에는 미국전역에서 금주법이 흔적조차 없어지고 말았다.
금융실명제의 당초안은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컸었으나 그 후 다행히도 개인예금에 관한 비밀을 보장해 주는 쪽으로
수정되었다.
요즘 금융실명제를 지키려는 분들은 개인예금에 관한 비밀을 보장해 주는
것이 금융실명제의 "불가분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실명제가 막
실시되었을 즈음에는 이 비밀보장조항 때문에 금융실명제가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여 부정부패가 없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 분들이 많았다.
어쨌든 현재의 금융실명제는 국민의 기본권인 사생활의 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원칙과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생활은 침해되어도
좋다는 원칙을 어물쩍 섞은 결과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렇게 잘 타협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부패는 없어지지
도 않았고 경제에 유해한 결과만 초래되었다.
특히 국민여론이 그것도 문민정부의 지지기반이라고 생각되었던 평범한
사람들이 실명제의 폐지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금융실명제가 없이는 부정부패를 방지할 다른 수단이 없다면 국민들의
이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수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서양의 격언이 말해주듯이 권력만이 부패하는 것이다.
평범한 시민들은 부패할래야 부패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진리를 모르고 금융실명제를 고집하는 것은 마치 음주운전을 방지
하기 위해서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술을 먹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음주운전을 방지하려면 운전하는 사람만, 그것도 운전할때만 음주를 금지
하는 것이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인정하는 정부가 취할 자세일 것이다.
부정부패의 방지는 권력에 가까운 정치인 관료 등을 감시감독하는 법,
예컨대 정치자금법 부정부패방지법과 이 법을 집행하는 기구를 하나 설치
하면 그것으로 거의 해결될 수 있다.
무엇때문에 부정부패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평범한 시민들의 경제활동
까지를 구속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이며 이 어려움이 금융실명제에 연유
한다는 증거가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문민정부 스스로도 금융실명제를 실시할 때에 이것이 경제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 예컨대 증권시장의 불안정, 중소기업 등의 자금난 등을
시인한 점을 잊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문민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사태가 사실로 나타났고 이에대한
대책으로는 금융실명제를 폐지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결자해지라는 말도 있는데 국민을 위해 문민정부는 마지막으로 봉사할
용의는 없는지 묻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