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열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28일 취임 10일째를 맞는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임부총리가 이끄는 새 경제팀이 각종 현안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재계및 금융계에서 모처럼만에 나오고
있다.

전임 강경식 부총리와는 달리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한뒤 즉각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고장난 시장이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를 기다리지않고 필요하다면 당장
수술에 들어가는 새 경제팀의 실무형 자세에 대해 호감을 갖는 재계인사들이
많다.

관치금융 부활론을 제기하며 아직까지 냉소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일부 경제전문가들도 시장경제원리라는 도그마에 얽매인채 실기를 거듭했던
전임 경제팀에 비해 새 경제팀이 최소한 늑장대처는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땅에 떨어진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다소 회복되고 있다.

여기에는 구 재무부시절부터 황금의 콤비였던 김영섭 청와대경제수석과의
원활한 공조도 한몫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임부총리를 일단 현장으로 초청해 숙원과제를 건의하면 당장
대책이 나온다는 믿음이 생겨나고 있다.

임부총리는 27일 은행장과 조찬간담회를 가진뒤 은행에 대한 대손충당금손비
인정한도 확대라는 선물을 안겨 주었다.

임부총리는 증권업계사장들과 지난 26일 아침에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한뒤
이날 주식시장이 끝나자마자 증시및 금리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24일에도 종금사 사장들과 모임을 가진뒤 일부 종금사의 외환업무를
시중은행에 이관하도록 주선하고 종금사가 발행한 어음을 정부가 지급보증
한다는 내용의 예금자보호강화대책을 마련했다.

제일 서울은행의 부실채권을 상당부분 해소한데 이어 종금사의 불량채권도
조기매입해줄 방침이다.

새 경제팀이 내놓았던 일련의 금융시장 대책에 힘입어 주요 금융지표 역시
다소간 호전되고 있다.

우선 원.달러 환율이 안정추세로 접어들고 있다.

18%대로 치속았던 회사채금리도 한은이 2조원의 통안증권을 환매하면서
27일에는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다.

임부총리는 새경제팀 수장으로서 리더쉽과 추진력, 설득력, 단호함을 인정
받고 있다.

일단 성공적으로 데뷔한 셈이다.

그러나 임부총리가 넘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도 IMF와의 구제자금 지원협상에서 최소한의 간섭으로 최대한의
자금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

임부총리는 이를 위해 오는 3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떠나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등 재무장관과 IMF와 함께 자금지원에 나서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IMF 협상이 끝나더라도 종금사 등 부실금융기관 처리, 기업의 연쇄부도및
실업자에 양산에 따른 충격완화 등 골치아픈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 이재국장시절 부실기업의 처리라는 악역을 맡았던 임부총리가 과연
부도위기에 처한 한국을 회생하는데 어느정도의 능력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8일자).